2015.02.16 19:10

괜찬타 괜찬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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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 복무했을 때, 2소대 - 난 3소대였다. -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우리는 주둔지 근무를 마치고, 전방 근무를 위해 행군을 시작했다. 3월 전입에 4월 행군이었으니까, 신병 티도 벗지 못한 상태였다. 태어나서 처음 하는 행군은 고참들의 과장이 전혀 과장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

  개인 장구류와 소대 공용 물품까지 가득 넣어 둔 군장은 과장된 중력의 힘을 느끼게 했고 대부분이 800고지 였던 산은 산소통이 필요한 것처럼 험하고 높았다. 군 생활의 어려움이나 비정상적인 폭력을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군에서 많은 것들을 느끼고 배우기도 했으니까.

  거의 전방 근무지에 다 왔을 무렵 가파른 언덕을 올랐다가 반대편에 내리막길에서 일이 생겼다.

  갑자기 2소대 후미로부터 누군가의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내 바로 윗기수(이 용어 대신 표현할 말이 없다.)의 울음 소리였다. 너무 힘들어서였다. 그러자 그 2소대 고참들은 거의 다 왔다며, 달래기도 하고 군장도 들어주다가 급기야는 발로 차고 욕을 해댔다. 그 광경은 실제 전쟁영화를 보는 듯한 묘한 느낌이었다. 땀으로 범벅이었고 누구나 힘들어했고 해는 지고 있었고 모래 바람은 기울었던 몸을 일으켜 세울 정도였다. 어디론가 후퇴하는 패잔병들의 모습이었다.

  그 때 사실 나도 그만 주저앉고 싶었다. 하지만 그 모습에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남아 있는 힘도 없었지만, 모든 힘을 쥐어 짜 냈다. 그렇게 그 첫 행군을 마쳤다. 그렇게 힘을 내게 만들었던 그 장면이 가끔 떠 오른다.

  그것은 육체적이면서 정신적인 힘듦이었을 것이다. 낙오라는 딱지가 붙을까봐 겁을 냈던 그 때. 지금은 무엇 때문에 열심히 걷는지 잘 모르겠다. 그 걸음이 지금은 익숙해졌을 수도 있다. 피고하고 힘들다는 말도 일상이 되었다. 그 행군의 끝은 이미 오래 전 기억에서 지워지려고 한다. 새로운 행군을 하고 있으니까.

  그래도 많이 웃는다. 여러가지 웃을 이유들이 많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루이 암스트롱의 노래처럼 " what a wonderful world"다. 이쁜 어둠도 오고 바람도 불고 별도 뜨고 한가롭게 비도 오는 날이다. 다시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것이다." 힘들어도 누군가 옆에서 기운내라고 말해주기도 한다.

서정주의 "내리는 눈발 속에서는"이라는 시처럼 "괜찮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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