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27 11:12

단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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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감
 
텅 빈 논에서 쌀가마를 들던 아버지도 푸성귀 수그러드는 텃밭에서 무 뽑던 어머니도 차려진 상을 받으시던 밤, 상 위에 정갈한 단감을 보았습니다. 제사라야 모이는 식구들이 오른 물가에 비해 단맛이 덜한 수박을 두고 한 마디씩 할 즈음, 떫은 맛 걷묻은 주황색 단감을 들고 씻지도 않고 한입 물었을 때, 나락 먼지 냄새며 무청 흙 냄새며 비린 소독약 병원 냄새며 , 홍어 냄새 더해진 향 냄새, 얼어드는 눈물, 신고서, 이런 것들이 머릿속에 가득했습니다. 많이 먹으면 똥 못 싼다고 감 언제 다 딸 거냐고 더 많이 가져가라고 차례차례 하시던 말씀들이 내가 단감을 들고 관속처럼 무서웠던 요양원에서 깎다가 먹지 못한 그 집감이 곱기도 하고 하도 좋기도 해서 제삿밥 다 먹고도 배가 불러오도록 다른 것과 함께 꾸역꾸역 삼켰습니다 붉은 단감이 다 사라지고 그제서야 생각을 멈춘 밤도 깊이 잠들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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