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13 23:58

언어를 잃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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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화면을 켜 두고 아주 오랫동안 앉아 있다가

포털을 의미없이 뒤적이다가 

다시 이 페이지를 들여다 보는데, 무슨 얘기를 해야 할까 고민만 하고 있다.

하루 동안의 일들이야 비슷하겠지만, 그래도 뭔가 다른 일상들에 대해 또 다른 감정들에 대해, 그리고 다른 글자들로 채울 수도 있을 텐데, 요즘은 그게 되지 않는다. 

 

머리를 자르고 파마(미용실에서는 펌이라고 했다)를 했는데 - 예전에는 이런 적이 없었는데, 씻고 났더니 많이 풀려버렸다. 머리를 십 년이 넘도록 한 곳에서만 하는데, 이런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라 미용실 그분(달리 지칭할 단어가 없다)이랑 우울증과 위염과 지루성피부염과 스트레스, 그리고 나이에 대해 조금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특히 이제 살면서 한 번도 되어보지 못한 나이가 되는 것에 익숙해질 만한데도 생각하면 끔찍한 나이가 되어 간다는 사실에 스스로 그만큼 살았는지, 살면서 뭐를했는지 외면하고 싶어졌다.

 

아침에는 춥다.

가을이니까 춥지, 겨울이면 더 추울 거야.

기상이변이라는데 겨울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엄청 따듯해질까, 아니면 폭설이 내릴까. 그런 것 없이 기온만 빙하기처럼 내려갈까.

나쁜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데, 뭔가 기대가 된다. 

엄청난 태풍이 온다는 기상청의 예보를 보고 도대체 얼마나 엄청난 태풍이 올지 창밖을 기웃거리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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