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
잠에서 깬 새벽
다 쓴 것들을 분류해서 버리는데
종이는 펴고 접고
캔이나 페트병은 누르고 찌그러트리는데
나는 종이는 아니다
어떤 압력도 없지만 자꾸 압축되는 순간
부피는 있지만
존재하지 않고 싶어지는 때가 있는데
존재해야 존재를 알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어
어떤 것도 낭만적이지 않아서
음식과 웃음조차 업무적인데
하루의 절반은 밝아졌다가 어두워지는데
햇빛이나 어둠의 무게를 모두 느낄 수 있는
감정도 아닌 감정
어둡게 밝은 새벽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