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보았다.
하지만 나는 나무의 이름도 모르고 가지 수도 모르고 잎의 모양도 모르고 꽃이 피는지 어떤 열매를 맺는지 나이도 살아 온 흔적도 아무 것도 모른다.
나는 나무를 보았다.
보았다고 아는 것도, 보지 않았다고 모르는 것도 아닐 텐데.
나는 나무를 보았다.
거울을 보면서, 감정을 다 몰아 넣고 사랑이라고 우기던 사람이 생각난다.
사람을 대하는 방법은 나를 기준으로 사람마다 달라지면서도 변하지 않는다.
그런 것들이 새삼 고민이다.
견뎌서 우울한지, 우울한 걸 견디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