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내가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거리를 두고 멀리서 바라볼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그런 일들이, 물티슈로 쌓인 먼지를 닦는 일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스스로 궁금해지기도 한다. 책상 위에 쌓인 먼지를 바로보는 일과 그것을 닦아내는 아무 의미도 부여되지 않는 일과 워드로 문서를 만들고 결과 보고서를 제출하고 평가를 하는 일들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돈을 쓰면 운동이고 돈을 벌면 노동이라는 단순한 구분법으로 하자면, 대부분의 나의 일상은 돈을 쓰거나 벌거나 하지 않는 활동일 뿐이다. 가끔 나는 나의 일들을 얼마나 더 해야 내가 자유로워질까도 고민해 보지만, 그것에 대한 답은 결코 찾을 수 없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지금과는 다른 일들을 하겠지만, 그 일들이 과연 더 많은 자유를 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먹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는 지금의 삶을 견디고 지낸 사람들이 대단하다는 존경심과 함께 그러면 나는 어떤 위치에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걱정이 앞선다. 사람들은 멀리 넓게 보려고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모두 자기 앞만 볼 수밖에 없다.
몇 개의 글을 쓰다가 말고 내 삶을 중간에서 한번 지우고 싶어서 이래저래 많은 고민을 해보기도 하지만, 현재로써는 지금을 잘 보내는 길밖에 다른 도리가 없음을 매번 인식하게 된다.
그런 모임을 만들면 어떨까 싶다. 삶을 잘 견디고 오래 사는 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