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색이 없는 보라색 도라지꽃
오늘은 엎어진 물처럼 쏟아지는 퇴근길에 보라색 도라지꽃을 보았지 고쳐진 적 없는 골목길 헌 다라이에 심겨진 그 꽃과 눈이 마주쳤지 그 꽃은 내 안의 어둠을 알아 보았어 나는 마음이 없었는데 괴로워했지 보라색을 반사시켜 보라색인데 난 웃었어 내 안에는 웃음이 없는데 웃음만 반사된 것이라 생각하며 차에 올랐지 차는 나를 담고 숨어있던 어둠을 데리고 약속도 없이 떠났지 어제의 어둠을 오늘의 밝음이라고 말하기에는 믿음이 부족했어 없는 마음인데 아팠지 난 아무 것도 아니어서 울지는 못했어 넘치는 감정을 담을 수 있는 마음을 찾아 보았지 그렇지만 아무 것이나 되어 감정 속으로 잠겨갔지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우는 것이 사랑이지 오늘은 다른 모든 색만 담고 흔들리는 보라색 도라지꽃을 보았지 잎이 어긋나도 꽃만 예쁜 도라지꽃이 참 좋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