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취미로 했던 적이 있었다. 사진은 기억과 이미지, 그리고 확장된 사건들의 모자이크 같은 역할을 했고 글을 쓰는 데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것을 구실로 여기저기 혼자 돌아다니는 일도 좋았었다. 카메라를 사고, 가방을 사고, 청소도구를 사고, 렌즈를 더 구입하고... 행복했었다. 이미 오래 전에, 이 카메라를 샀을 때의 반값도 안 되는 돈을 받고 팔았다. 아쉽고 허전했다. 내게 많은 것을 주었던 카메라였다. 디지털기기의 가장 큰 단점은 오래둘수록 가치가 낮아진다는 것이다. |
물론 거기에 담긴 비물질적 가치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리고 지금은 아이폰에 달린 카메라만을 쓰고 있다. 사용하지 않는 필름카메라 두 개는 남겨두었다. 롤라이, 그러고도 나에겐 10년이 다 되는 로모가 있다. 언젠가 다시 얘네들이 내 기억력과 상상력을 도와주면 좋겠다.
나중이면, 지긋한 나이가 되면, 다시 이 비슷한 카메라를 들고 내 시간들을, 사진들을 찍으러 다닐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