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꽃 피라고 햇볕이 좋은 것은 아닐 텐데, 이제 초록잎이 훨씬 더 많은 계절이 되었다. 다음 주면 5월이니. 벌써. 그렇게 되었다.
바람도 없는데 저 멀리 나무 몇 그루가 휘적휘적 하늘을 향해 가지를 흔드는 것을 보았다. 그것들은 바람에 흔들리는지 그렇게 바람을 만드는지, 아니면 나같은 어리숙한 사람을 속이려고 그러는지 며칠 바람이 세게 부는 날, 그렇게 우쭐거렸다. 나도 뭐 별반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바람 없는데 누구더러 보라고 흔들리거나, 아니면 바람을 만들거나, 아니면 누군가를 속이려고 그렇게 흔들리는척하는 것일 수도 있다.
요즘은 잠을 일찍 못자거나, 일찍 자면 너무 일찍 일어나는 일이 많다. 어느 쪽이든지 피곤하다. 그냥 좀 쉬고 싶은데, 쉬면 안 되나?
사람이 이렇게 오래도록 일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고등학교 때 답안지에다 영화배우 이름을 적고 혼난 적이 있는데, 학기 초 희망란에는 한량이라고 썼다가 또 혼난 적이 있었다. 한량이라는 그 단어가 꿈이 될지는 몰랐는데, 정말 꿈이 되고 말았고, 지금에서는 그 꿈을 이루고 싶다.
피곤하다.
그냥 가만히 있어도 피곤한데, 뭐든 해야 하는 - 꼭 해야 할 것만 같은 봄이다.
봄은 그렇다. 막 변하고 싶은, 막 변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