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위의 거위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이 어설퍼서 그 사람이 남에게도 예뻐 보였으면 하다가 최초의 분노를 숨기는데
심지어 눈물이 줄줄 나더라도 그 사람이 누군가의 청혼을 받기를 원하는 때도 있어서 꿈에서 깨는데
나는 너무 여러 명의 나를 세워두고 있어 그 사람은 나를 고르고 사용하다 버리기도 하는데
어느 때인가는 안 먹던 파를 먹고 오히려 국밥에 파를 더 얹어 놓다가,
얌전하게 파를 다 건져낸 나를 타박하시던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을 하는데
그러면 그 누군가가 어머니였나 싶어지기도 하고 또 미친 짓이긴 한데 너무 좋아서라서
하루 종일을 기다리고도 순식간에 영원같은 밤이라고 그러는데
생각을 얼마나 얼마나 했는지 잠을 자도 잠에 들지 못하고 다 새벽이 되는데
죽어도 좋겠다 이러다가 죽고 샆다 이러는데, 사랑이
그게 다 뭐라고
알고 있었지만 조금 순진하게 당황하는데 이 기분, 다 소모된 감정이 다시 생산되는,
거기에 왜 어떻게 올라갔을까 보다 어떻게 내려오나 걱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