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12 21:22

나는 살살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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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무렵부터 글을 썼는데 당시에는 혼자 이런 글을 썼다. 그 때 옆에 앉았던 친구는 내 글을 좋아했다. 그 노트가 아직도 있다. 그 친구는 부모님의 부고에도 오지 않아 이제는 나를 멀리한다고 생각했다. 그 뒤로 새벽에 문자가 몇 번 더 왔었다. 
 
 
바람더러 들어오라고 문을 열었는데
바람은 나갈 수 없는 곳에는 들어오지 않아
머리가 아플 때 숨을 깊고 길게 쉬어봐 숨만 차
나비 날개짓이 태풍을 바꾼다면 내 한숨은 세상을 우주를 사라지게 할 거야
반대쪽 문을 열어야 하는 날이야
바람도 어느 순간 사라지겠지 너도나도
너의 눈을 부시게 했던 해질 무렵의 햇살도
그때의 얼굴도 힘들었던 감정도
다 나 때문이었지 바람이 불었던 것은
어디에 발을 옮기지 못하는 나는
넌 경계에 선 병신이야라는 따듯한 위로를 나에게서 받았어 괜찮아
미리 계획서를 만들지 않아 울지 못했어 너무 맑고 밝은 날 그래봤자 다시 참아야 하는데 뭘 그리 힘들어하지 내일 또 내일 더 참으면 되는데라는 예전 농담도 기분을 좋게 만들었어
누군가의 명복을 빌고 나와서 운전을 했지만 나는 어디에도 가고 싶지 않았어 갈 수도 없었어 알잖아 그 이유를 모두가 아는 그 이유
삶에 휴지기가 있었으면 좋겠어 혼자 무슨 짓을 해도 이삼 년은 인생의 시간에서 빼주는 거지 머리가 너무 지끈거려서 호텔 캘리포니아를 듣고 싶어 고통스러워
차를 길옆에 멈췄어
정닥터에게 가봐야 하지 않을까 그런 나태한 생각을 하다니 아무 것도 아닌데 왜 
아는 한 네가 제일 멍청해 제발 아무 것도 하지마 그러면 아무 문제도 없어 그렇겠지
나는 살살 흔들릴 거야 살살 살고 싶어 나의 꿈은 앤디처럼 사라졌다가 약속된 암호로 레드를 부르는 것이야
눈을 감아 앤디, 넌 좀 맞아야겠다
숨을 크으으게 쉬고 천천히 눈을 감아 아무 것도 아냐 모든 것들은 아무 것도 괜찮아 눈을 감으면 돼
철길 위에서 영호처럼 소리를 질러도 소용없어 조용히 절규해 아무도 듣지 못하게 어차피 안 들으니까 시끄럽기만 하니까
실가게의 헝클어진 실은 누구도 사지 않아 네 마음도 마찬가지야 엉망이 됐다면 아무 것도 아니야 그럼 이제 그만 쉬고 싶어 조용히 정말 조용히
어떤 울음도 소리 없게 할게 이건 모두 너 때문이야 네 선택이니까 그것도 좋은 거야
우산을 사고 싶었어 아주 멋진 우산 눌러쓰고 아무도 보고샆지 않아 그러려면 비가 와야 하잖아 이제 됐어 그만 좀 하자 지겹잖아
원래 답이 없는 게 삶이야 답 같은 거 필요 없어 그냥 살살 살고 싶어. 

오늘의 생각 하나

오늘을 시작하며 혹은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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