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다는 날
이십년을 국어를 배우고 가르쳤는데 어느 신인시인상을 받은 시를 읽어도 모르겠고 찾아온 오늘밤이 늙은 것인지 젊은 것인지 뭐가 맞는지 어지럽게 머릿속에 풀벌레 소리들이 선을 그어대고 있었는데 딸아이가 가르쳐 달라는 분수 문제도 모르겠고 퇴근했을 때 치맥을 먹고 싶었는데 맥주만 먹어서 늦은 시간 라면을 먹기에는 고민이 너무 거대하고 이 신인시인의 출신이 공주인지 광주인지 노안 때문에 보이지 않아 또 모르겠고 오지도 않는 잠에 들려고 눈을 감으면 달리의 축축 처진 그림처럼 꿈에서도 외로움이 질질 늘어지기만 늘어질 텐데, 아는 것이, 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