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져야 닿을 정도
시들어 갈 정도의 나무에게 찾아온 병은 어둠이 비벼대며 흔들리는 소리보다 짙었다
적어도 두려울 만큼의 외로움은 아니었지만 쓰러지지 않을 자신도 없었다
그러므로 나무와 나무의 사이에는 쓰러져야 닿을 정도의 사이가 존재했고 그 이상의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켜진 형광등이 새벽빛에 저물 무렵 이별이냐는 물음이 들렸지만 불은 꺼지고 바람이 불 것같은 바깥은 더 따듯해졌다
괜찮았다
지금의 시간을 규정하는 시간이었던 적을 잘라내면 넘어져도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으므로
하지만 다시 뚜렷해지며 희미해진 감정의 명세서들이 편지처럼 적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