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면 있다
어느 봄날 마당이 보이게 거실문을 열어두고 밥을 먹는데 삼일 만세운동 다다음 해에 나신 어버지가 사래들린 듯 턱 울음을 뱉어내셨다 좋으시라고 켜놓은 전국노래자랑이 요란스럽기도 하고 햇빛이 요사스럽게 마당 가득하기도 해서 멋쩍게 밖을 보며 물었다 왜 우시냐고 대답은 어머니께서 아야 늙으면 그런다 냅 둬라 손을 저으신다 눈물은 주름골을 따라 범벅이었고 출연자들은 더 열심히 춤을 추었고 봄날이면 또 그 햇살이 맥을 탁 놓으면 아직도 나는 그 울음을 떠올린다 내가 아버지 그 나이가 되면 전국노래자랑이나 그 봄날이나 혹은 그 김치 밥상으로도 어떤 눈물을 흘릴까 그 때야 그 울음 왜 우는지를 알까 아직 반 백 년이나 남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