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썼다가 날렸다.
너무 정형화된 글만 쓴다.
비가 내렸다.
나는 얼마 전 쓰지도 않을 물건을 꽤나 비싼 값을 치르고 사두었다. 그것을 사거나 사지 않거나 하는 문제로 고민했지만, 그 고민은 결국 실용적이느냐의 문제는 아니었다. 무엇인가로 비어 있는 생각의 공간을 메우고 싶었지만, 아주 흔하게 이질적인 어떤 상품으로 위로를 얻고자 했다. 그랬었다.
그리고 아직까지 그냥 놓아 두었다.
이제 시간이 더 지나면 그 것을 왜 샀는지도 잊어 버릴지 모른다. 그리고 또 무엇인가를 사느냐 마느냐로, 다시 고민을 할 것이다. 그때는 또 그런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지도 모른다. 필요한가, 가격은 너무 비싼가, 아니면 그냥 욕구의 대신인가 이런 고민은 아닐 것이다. 역시 그 고민하는 과정과 욕구를 달래는 엇비슷한 감정을 반복시킬지 모른다.
머릿속에서 열심히 생각하는 일은 아무 소용이 없다. 밤이 오면 다시 어둠이 스멀거리는 것처럼 시간이 지나면 그런 욕구와 행위가 밤처럼 다가올 것이고 나는 그것을 은근히 즐길지도 모른다. 그러고 싶지 않은데도 쉽지 않다. 수다스러운 빗소리가 좋은 밤이다. 어느 때는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싶다. 밤이라고 낮이라고 뭔가를 따로 챙기지 않아도 괜찮은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