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로 옮겨간다는 것.
얼마 전 업무 이동으로 짐을 옮기게 되었다. 1년 만에 옮기는 짐이었지만, 차곡차곡 쌓아두고 넣어둔 것이 얼마만큼이나 되는지 모른다. 작은 책상과 사물함에서 이렇게나 많은 물건들이 나왔다는 것보다 더 놀라운 것은 도대체 이런 걸 왜 이렇게 꼭꼬 보관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렇게나 많은 것들이 그리 작은 공간에 들어가 있었는지 하는 것이었다.
짐 정리도 곧바로 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쌓아두었다가 책상이 새로 바뀌고 업무공간의 재배치가 이뤄진 뒤에야 겨우 할 수 있게 되었는데, 짐을 그냥 종이상자에 담아 마구잡이로 옮기다 보니, 나중에 정리할 때 원래 있던 물건이 무엇이고 버려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가늠이 되질 않았다. 그렇게 일주일이 거의 지나서야 짐을 정리할 수 있었다.
그러고도 얼마 뒤 책상 유리 아래 넣어둔 별것 아닌 철지난 야구장 입장권 하나와 누군가가 준 1달러 - 2달러도 아닌 지폐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되었다. 원래 있던 공간에서 짐을 쌀 때 맨 마지막에 빼서 어느 상자에 아무렇게나 넣어두었던 것이다.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되었다. 그것만 없어진 것인지, 아니면 그 박스 전체가 사라진 것인지. 그것이 사라진 줄도 모르고 있다는 것은 어쩌면 나에게 더이상 아무런 소용이 없었을 것이기에 그것들만 사라졌거나 아니면 그 박스 하나가 통째로 없어졌거나 아무 상관이 없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런데도 거의 이틀 동안이나 그 생각을 붙잡고 매달렸다. 심지어는 폐지 창고를 뒤질 생각도 했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 생각을 완전히 떨쳐버리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기에 그 일에 대해 쓰는 것일 테다.
거의 절반 가까이에 해당하는 서류 뭉치를 파쇄했지만 아직도 사물함은 거의 가득하다. 큰맘먹고 정리했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다. 미니멀리즘의 생활을 꿈꾸지만 물욕에 감정만큼이나 소비적인 행위로 물건을 사들여 욕구와 그 감정들을 교환하려고 한다. 그리고 갖가지 정보가 있다는 이유로, 나중에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그대로 두었던 것들이 대부분이다. 단촐한 삶은 더이상 나에게 존재하지 못한다.
그 모든 것들은 내 마음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과거의 것들이 미래에도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어쩌면 버리거나 파쇄하지 못하고 작은 마음 안에 엄청나게 구겨 넣어둔 기억들이나 아무짝에도 필요치 않는 감정들을 쌓아두려고만 한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버리는 것이야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해도, 마음의 정리 - 정리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한번에 리셋을 하거나 버려야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어렵기만 하다.
언제가 수많은 자료를 외장하드에 넣어두고 그걸 옮기다가 떨어트려 자료를 몽땅 날려보낸 적이 있다. 그 순간은 엄청난 재앙이라고 생각했었지만, 그 어떤 곤란한 일도 일어나지 않았었다. 그런 것이다. 그런 것이다라고 자꾸 생각해야 한다.
그렇다. 그런 것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