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면 부서질 새벽에
서울을 간다 잘 씻은 어둠이 버티고 있는
불,편함은 잠을 깨우다가 재우고
일상의 부정합이 만든 틈은 곧 진도계를 흔들 것만 같은 시간이다
불명이라는 병명의 소견서를 쓰는 시간,
우리 열차는 곧 정읍역에 도착하는데, 정읍에 사는 누군가가 이 공간을 찬 공기로 채우고
우리와 일행이 되지만 어떤 말도 없다
어쩌면 열차처럼 음소만 건넬 것이다
혹은 이렇게,
*나보다 너를 더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
아니 있어, 없어도 괜찮아
이 말을 듣고 있었을 어느 아파트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런 모습들을 지켜보고 구멍난 제 몸에 담고 사는 삶은 어떤 것일까
살면서 늘 이 시간에 깨어있을 사람들과
이 시간에는 결코 깨어있지 않을 사람들로 나뉠 새벽 5시 55분
우리 열차는 다음 역에 결코 멈추지 않을 듯한 속도로 달린다
글자를 보고 시간과 겹쳐지고 돌아서는 사람들을 볼 수만 있는
하루가 시작되
그 나약함을 뉘였던 침대가 아쉽
**우리는 얼마나 더 작아질 수 있는가
바람 먼지에 쓸려 갈
너는 멀어지고 나만 남는 경우는 없다
사랑은 그게 아니다라고 가르칠 수 없다
이별을 하는 서로는 면식범이니까
만약 지금보다 더 늙을 수 있다면
사랑을 더 할지도 몰라
터널을 빠져 나올 때마다 고막이 팽창한다
서울은 이 열차의 경유지
이별도 원래 사랑의 목적지는 아니었을 텐
개-롭다
*허지웅의 글 일부 차용
**김수영의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변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