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주우러 가고
아버지는 나를 잘 몰랐다
아버지를 대신해 나를 키운 곳은 斗月부락이었다
소가 기울어지는 해를 보며 해찰을 하고
풀들이 아무렇게나 줄지어 나는 곳이었다
스무살 그때는 별에 대고 푸른 담배연기만 날렸고
도대체 잃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렇게 고향의 달도 나를 따라 용산역으로 올라와 입대를 했다
십년 지나 콘크리트 공간을 마련하고 나는 나를 낳았다
내가 나를 볼 때마다 사는 일이 부끄러워
어쩌다
술을 기울이기 위해 고개를 쳐들면
나를 보고 있는 달과 눈이 마주쳤다
내가 잘 모르던 아버지가 가신 다음 해
봄은 다시 왔고
유채빛 봄을 따라나설 준비만 하다 다음 봄을 맞았다
부끄러움을 줄이기도 전에
꽃잎 하나 따기 전에
꽃은 이미 다 무너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