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3.14 21:15

꽃 주우러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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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주우러 가고

 

 

 

아버지는 나를 잘 몰랐다

아버지를 대신해 나를 키운 곳은 斗月부락이었다

소가 기울어지는 해를 보며 해찰을 하고

풀들이 아무렇게나 줄지어 나는 곳이었다

스무살 그때는 별에 대고 푸른 담배연기만 날렸고

도대체 잃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렇게 고향의 달도 나를 따라 용산역으로 올라와 입대를 했다

십년 지나 콘크리트 공간을 마련하고 나는 나를 낳았다

내가 나를 볼 때마다 사는 일이 부끄러워

어쩌다

술을 기울이기 위해 고개를 쳐들면

나를 보고 있는 달과 눈이 마주쳤다

내가 잘 모르던 아버지가 가신 다음 해

봄은 다시 왔고

유채빛 봄을 따라나설 준비만 하다 다음 봄을 맞았다

부끄러움을 줄이기도 전에

꽃잎 하나 따기 전에

꽃은 이미 다 무너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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