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먼지라도 되고 싶었어
과거에서 달려온 햇빛은 네 등 뒤를 더욱 어둡게 만들었어
네 눈썹에 붙어 있는 먼지라도 되고 싶었어
네가 없는데도 살아 있다는 게 삶의 신비였어
그 때 사실 가로등이 보고 가로수가 엿듣고 있었지
그들은 지겨웠을 거야
왜 맨날 우리 밑에서 이 지랄이야
이별을 사랑처럼 순순히 받아 들일 때가 좋다고 말했어
어둔 분위기를 탁자가 떠받고
넌 나처럼 쓸데없는 빨대를 손가락으로 감다가 풀어 주었어
원래의 모습을 회복하려고 빨대는 꿈틀거렸어
커피는 옆구리로 눈물을 흘리고
너의 얼굴은 단정했어
이별은 알 거야
우리가 어떻게 유치했는지
차마 사랑했다고 그렇게 어둠 속에 숨어서
다른 사람에게는 말할 수 없어 그래도
사랑했지 라고 나를 위로해줬어
그만하면 됐다고 그만 해야 한다고 의사처럼 선고해줄 사람이 필요한 날이야
바람에 차가운 햇볕도 찢어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