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뒤는 항상 무겁다.
피곤함 때문이 아니라, 그곳에서 뭔가를 잃었기 때문이다.
여행을 할 때면 가지고 있던 것들을 애써 내려놓고 와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기곤 한다.
실상은 그렇지도 못하면서.
새로운 것을 챙겨오지 못하고도,
여행의 끝은 항상 무겁다.
여행에서 사진을 찍는 일은 마음에 새기는 일을 방해하는 것 같아 좋아하지 않는다.
남는 게 사진이라는 말은 그래서 싫다.
다시 똑같은 날을 살 수 없듯이, 언젠가 다시 그곳에 가도 이제 그런 느낌은 다시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맛집은 없다.
다시 그곳에서 그런 맛을 느끼려면 똑같은 시장기, 날씨, 음악, 기분, 사람, 느낌들이 필요할 테니까.
그것은 맛의 문제가 아니다.
여행은 그런 맛과 같다.
그냥 그런 때만 있을 뿐이다.
여행은 버리지 못하는 일회용 시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