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별에서 벗어나기
어느날 나는 그곳을 벗어나기 위해
환자복을 입었다
곧바로 가을이 왔다
병으로 숨는 것은 익숙한 일이었지만
어린날의 신열처럼 확증은 없었다
어둠이 소리를 지르며 왔던 밤에도
우리는 아무 말 없이 걸었다
오랫동안 하는 일은 모두 힘들었다
빗소리라고 생각했다
차츰 냉장고인지 자동차인지 빗소리인지 알 수 없는
곳에서 늙어가는 텔레비전 속의 사람들을 보았다
그 사람들이 나를 보았다
예의라고는 전혀 없는 아침이
나를 깨웠다
별을 숭배하는 사람들이 모두 사라진 아침
어제까지도 나는 사랑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