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김광균처럼
결국 나무가 될 낙엽은
날카로운 가을 햇살에 맞아
떨어지고
나는 형벌의 새들로
하늘에 금이 그어지고
삶의 표지처럼 주머니에 담고 있던
쓸쓸함을 털어 가을 사람이 된다
사람들의 고독이 무너지는 계절이면
담배연기를 닮은 파가니니는
또 낙엽은
부끄러운 나무 사이로 사라지고
외로움을 하나씩 꺼내 입은 사람들이
신발처럼 낙엽을 신고
거리에 심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