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어떻게 크는가
하늘을 닮고 싶어서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나무는 어떻게 크는가라는 질문에
땅을 당겨 먹고
비를 품고 큰다는 생각도 틀렸다
누군가의 뒷모습으로
녹아 내린 육신들로
껴입은 껍데기와 잘 빗은 단풍에 닿는 눈빛으로
나무는 솟아난다
큰다는 것은 땅을 벗어나려는 짓이다
그렇게 큰다는 것
나무는 늙는 법이 없이 크기만 한다
지금 나도 크고 있다는
땅을 딛지 않을 수 있다는
소나기 앞으로 기도가 필요하다.

나무는 어떻게 크는가
사랑은 사라진다
도주
니아까 좀 끌지 말아요
가을을 김광균처럼
가을을 김광균처럼
천국의 양문을 열어라
바닷물에는 소금기가 없다
반가운 두통
오늘의 합의문
꽃의 죄, 로마서 6:23
꽃의 죄, 로마서 6:23
쏟아지는 널
무게를 잃어가는 것
가을은
나무는 어떻게 크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