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아파트

by 홍반장 posted Jul 02,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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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아파트
 
 
 
 
하루를 다 산 해가 얼굴을 땅에 묻을 때
아파트들은 어둡고 길죽한 그림자를 따라 걸어 나온다
그의 어둔 몸에 사람들이 개미 까마귀처럼 모여들어 어둠을 끄면
까만 네모 얼굴이 여러 개의 눈을 뜬다
 
사람들의 한나절을 다 품고 나서도
달이 옥상에서 떨어질 때도
케이블에서 질척한 영화가 나와도
결국 불이 켜지지 않는 아파트의 까만 눈이 있다
 
아직 메고 있는 어둠에
붙잡혀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
감성의 집단 서식처의 눈이
꺼지고 켜질 때마다
아파트들은 웅성이며 다시 길어지는 그림자를 따라
제자리로 돌아갈 준비를 하다
아침을 질질 끌고 들어오는 사람과 마주쳐
움직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