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56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내 옆에는 작은 수국 화분이 하나 있다.

분갈이를 해주어야 했는데, 게으름 덕에 크지도 못하고 겨우 잎 몇 개만 달려있다. 더 미안한 일은 더운 여름날 주말이면 수국이 말라 버린다는 것이다. 금요일 퇴근에 서두르다가 물 주는 일을 잊어버리고, 월요일에 내 자리로 돌아와서 겨우 살아 있는 수국을 발견하곤 한다. 잎이 다 말라버린 수국에게 다시 물을 주며, 내가 수국과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말랐다가 다시 힘들여 잎을 내보이는 내 수국과.

 

탐스럽고 큰 수국은 내가 좋아하는 꽃이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보면 참 좋다. 부처님 머리를 닮았다는 불두화라고, 수국과 비슷한 꽃이 있다. 그 꽃도 좋아한다. 우리집 시골마당에 가면 큰 불두화 나무가 하나 있다. 그 옆에 수국도 있었는데, 어느새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가 계시지 않는 곳이라 더 이상 수국도 없다. 아버지는 꽃을 좋아하셨다. 마당에 이런 저런 꽃나무를 많이 심으셨다. 지금은 누가 가꾸지 않아도 잘 자란다. 어딘가로 떠난 꽃들도 있고.

 

지금, 수국은 잘 자라고 있다. 마른 잎들이 떨어지고 새 잎들이 올라오고 있다. 다시 잎을 말리지 말아야겠다. 말라 죽을 것 같으면 살려놓고 살아나면 다시 말리고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싶다. 꽃이 피기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수국이 건강하게 있기만을 원한다. 나 스스로도 나를 그렇게 여긴다. 꽃은 봄이면 피고, 피지 않아도 수국은 수국일테니. 잎만 무성해도 활짝 핀 수국은 상상할 수 있으니까.


글 게시판

글들을 올립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260 별들이 하는 욕 홍반장 2015.06.11 70 0
259 꽃의 이름 홍반장 2015.06.12 61 0
258 키 작은 나무가 지키는 산 홍반장 2015.06.12 95 0
257 사람을 불행하게 만든 것들 홍반장 2015.06.14 121 0
256 안부를 묻는 일 홍반장 2015.06.18 66 0
255 병든 하루를 사는 법 홍반장 2015.06.19 56 0
» 수국, 아버지, 그리고 나 홍반장 2015.06.25 562 0
253 젖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 홍반장 2015.06.27 164 0
252 걷는 아파트 홍반장 2015.07.02 58 0
251 왜 그렇게 됐을까 홍반장 2015.07.02 67 0
250 비는 어떤 냄새도 씻지 못한다 홍반장 2015.07.06 56 0
249 비는 어떤 냄새도 씻지 못한다 홍반장 2015.07.06 76 0
248 오래된 새 것 홍반장 2015.07.06 50 0
247 가짜는 개고 개는 늘 푸르다 홍반장 2015.07.09 67 0
246 사랑에 대한 생각 secret 홍반장 2015.07.10 0 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 37 Next
/ 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