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옆에는 작은 수국 화분이 하나 있다.
분갈이를 해주어야 했는데, 게으름 덕에 크지도 못하고 겨우 잎 몇 개만 달려있다. 더 미안한 일은 더운 여름날 주말이면 수국이 말라 버린다는 것이다. 금요일 퇴근에 서두르다가 물 주는 일을 잊어버리고, 월요일에 내 자리로 돌아와서 겨우 살아 있는 수국을 발견하곤 한다. 잎이 다 말라버린 수국에게 다시 물을 주며, 내가 수국과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말랐다가 다시 힘들여 잎을 내보이는 내 수국과.
탐스럽고 큰 수국은 내가 좋아하는 꽃이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보면 참 좋다. 부처님 머리를 닮았다는 불두화라고, 수국과 비슷한 꽃이 있다. 그 꽃도 좋아한다. 우리집 시골마당에 가면 큰 불두화 나무가 하나 있다. 그 옆에 수국도 있었는데, 어느새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가 계시지 않는 곳이라 더 이상 수국도 없다. 아버지는 꽃을 좋아하셨다. 마당에 이런 저런 꽃나무를 많이 심으셨다. 지금은 누가 가꾸지 않아도 잘 자란다. 어딘가로 떠난 꽃들도 있고.
지금, 수국은 잘 자라고 있다. 마른 잎들이 떨어지고 새 잎들이 올라오고 있다. 다시 잎을 말리지 말아야겠다. 말라 죽을 것 같으면 살려놓고 살아나면 다시 말리고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싶다. 꽃이 피기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수국이 건강하게 있기만을 원한다. 나 스스로도 나를 그렇게 여긴다. 꽃은 봄이면 피고, 피지 않아도 수국은 수국일테니. 잎만 무성해도 활짝 핀 수국은 상상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