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잃는다는 것은 기억을 잊는다는 것과는 다르다.
사소한 일들.
지갑, 자동차열쇠, 손전화기, 약속, 해야할 일들이 저절로 분실되는 경우는 그리고 그 횟수가 잦아질 경우에는
쓸데없는 불안이 찾아온다.
글자를 자주 틀리고 있다. 말이 엉겨서 헛나오는 경우와는 다르다.
우산을 받쳐 들어도 옷이 젖는 것처럼 어느 순간 완전한 망각에 젖어든다면 어떻게 해야할지 출근길에 생각에 보았다.
자라고 있는 상추, 토마토, 오이, 가지, 들깨, 고추들을 한참 쳐다보다가
저들이 서 있는 이유에 대해서 고민했다.
고민은 끝없이 늘어나고 있지만, 기억은 줄어들고 있다.
사랑의 블랙홀이란 영화와 반대되는 상황이라면 어떨까.
매일 보는 사람이 매일 새롭고 매일 하는 일이 매일 새롭다면.
첼로를 배워볼까 고민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