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1.11 12:32

병실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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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온 한숨이 

식물인간 그녀 입속으로 들어갔다가

한평생 다 들여다보더니 힘들게

벌려진 입으로 흘러 나온다

가게를 열어야 한다며 나가는

아들은 서둘러 걸어둔 피곤을 두껍게 껴입고

아버지의 삶을 교대하러 온 딸은 

손에 들린 전화기와 얼굴을 마주 하며

다시 한숨을 뱉는다


텔레비전은 혼자 살아 있고

누군가는 창백한 겨울볕을 가르고

더럽지도 않은 손을 일부러 씻고

자라난 손톱을 딱딱 끊어내고

식판이 들어오자 믹서기가 돌아가고

가래 넘치는 소리

움직이던 모든 소리가 갈리고

병실은

삶을 기다리는 사람과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이 누군지 몰라

진실된 마음으로 모신다는 장례식장 광고가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드러누운 병상들 사이로 건너편 아주머니만

전국노래자랑 할 시간이 지났다고 화들짝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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