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준 시인의 가재미를 보면 말 없는 환자와의 소통이 구체적인 이미지로 그려진다.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중인 그녀가 누워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겨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가재미 첫부분, - 문태준님"
그 이미지는 모두 각자의 이미지다.
지금 여기는 삶을 잡아두려는 그리고 놓으려는 사람들이 같이 있는 공간, 병원.
삶의 끝에 죽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의 한 가운데 수렴하는 것이 죽음이라는 것을
이곳에 오면 보리수 나무 아래 부처님처럼 깨닫게 된다.
그리고 병원 자동문이 열리며 밖으로나 나가는 순간,
나는 삶의 불면에 빠진다.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 병원이 어깨를 움직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