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자 고백
내 글에서
조기 대가리 뒤통수 살만큼이나 파 먹을 게 있다면
그래도 밥 한 숟가락 넘길 수는 있을 텐데
논두렁에 봄 오면 올라오는 냉이처럼 푸른 풋내라도 있다면
먼 길 딛는 걸음 옮기는 힘이라도 낼 수 있을 텐데
핏줄 구름이 갈라지는 감색 하늘 빛이라도 있다면
누군가 마음 끄덕이거나 눈물 아프거나
별이 빛 나는
힘이라도 있다면
내 글에서
아무 냄새 색 감정 생각들이 밭이 되면
사람들 싹 트는 밭이 되면
무슨 풀이든 무슨 열매든 열려도 좋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