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리 가시리잇고 나
바리고 가시리잇고 나
위 증즐가 대평성대(大平盛代)
원망에 찬 하소연
잡사와 두어리 마나난
선하면 아니오셰라
위 증즐가 대평성대(大平盛代)
절제와 체념
날러는 엇디 살라하고
바리고 가시리잇고 나?
위 증즐가 대평성대(大平盛代)
하소연의 고조
셜온님 보내노니
가시난 듯 도셔오쇼셔
위 증즐가 대평성대(大平盛代)
소망과 기원
현대어 풀이
가시렵니까? 가시렵니까? 나를 버리고 가시렵니까?
나더러 어떻게 살라고 버리고 가시렵니까?
(떠나는 당신을) 붙잡아 (내 곁에) 두고 싶지만,
(붙잡는 것에 대하여 당신이) 서운하게 여기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까 두려워(내 마음에)
서러운 님을 보내오니,
(지금 나를 두고 쉬이 떠나는 것처럼) 가시자마자 곧 다시 돌아오십시오.
작품의 해제
○작자 : 미상(未詳)
○연대 : 고려 때
○성격 : 자기 희생적, 미래 지향적, 직설적, 서정적, 민요적
○종류 : 고려 속요
○표현 : 반복법의 사용, 간결하고 함축적인 시어로 이별의 감정을 절박하게 표현, 자 기 희생적이고 미래 지향적임.
○구성 : 전 4연, 매 연은 2구로 구성되어 있고, 각 구는 3 3 2조가 기조(基調)를 이 루고 있다. 한시(漢詩)와 같은 기-승-전- 결의 구조로 되어 있다.
○제재 : 임과의 이별
○주제 : 이별의 정한(情恨).
○의의 : ① 민족의 전통적 정서인 이별의 정한(情恨)을 간결한 형식에 함축성 있는 시어로 표현.
② 김소월의 진달래꽃과 주제적인 측면, 정 서적 측면에서 상통한다.
○출전 : <악장가사>, <시용학악보>에는 귀호곡(歸乎曲)으로 1연이 실림.
작품의 감상
간결, 소박하면서도 가슴을 적시는 감동적인 이별의 노래이다. 전통사회에서 임을 떠나 보내는 여인의 심리가 짧은 언어적 형식 속에 녹아 들어가 있는 작품이다. 이렇게 이별의 정한을 노래한 작품의 계보는 아리랑, 황진이의 시조, 김소월의 진달래꽃으로 이어진다.
생각해 봅시다.
1. 이 작품의 서정적 자아가 보이는 자세를 살펴보자.
이 작품의 서정적 자아는 한국의 전통적인 여인상인 수동성과 순종, 기다림, 자기희생을 잘 나타내 보이고 있다.
2. 옛날 우리 여인네의 수동적인 자세로 별한(別恨)을 표현하고 있는 구절을 찾아보자.
2연
3. ‘선하면’과 ‘셜온’의 주체를 생각해 보자.
선하면-님(즉, 님이 나의 행동에 대하여 서운하게 여기시면), 셜온-서정적 자아(내 마음에 서러운)
4. 이 작품은 고려 가요의 백미(白眉) 또는 절조(絶調)라고 일컬어진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자.
소박하고 애절한 정서가 절실하게 표현되어 있으며, 음악성과 함축미가 뛰어난 작품으로 간결한 형식에 서정적 자아의 심정을 잘 드러내고 있다. 원망을 애이불비(哀而不悲)의 정서로 초극해 내는 심정이 돋보인다.
5. 이 작품에서 ‘정한(情恨)’의 표현 방식을 살펴보자.
‘정한’이란 자신에게 닥친 부당한 상황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데서 생겨난다. 이 시의 화자도 임이 자신을 버리고 가는 상황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다. 그래서 한의 정서가 생기는 것이다. 즉, 화자가 버리고 가는 임과 자신 사이에 어떤 것도 개입시키지 않을 만큼 직선적인 감정 표출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시상의 전개는 ‘기승전결(起承轉結)’의 구성을 완벽하게 보여 주고 있다.
6. 시적 화자의 갈등 해결 구조를 생각해 보자.
1, 2연에서는 임이 떠나는 사실과 혼자 남은 화자의 외로움에 대한 불안으로 인한 갈등이 고조되며, 시적 전개의 절정을 이룬 3연에서는 임을 붙잡아 두고 싶은 심정과 자칫 임의 마음을 상하게 할지도 모른다는 염려 사이에서 화자가 양보함으로써 고조되던 갈등이 일단 차단된다. 4연에서는 화자가 선뜻 양보를 보여 주었듯이 임도 곧 돌아오기를 기원하면서 화자 스스로 갈등을 정리한다.
7. ‘이별의 정한’이 드러나는 작품들의 서정적 자아의 정서를 비교해 보자.
가시리-자기 희생과 감정의 절제를 통해 재회를 기약하고 있으며, 감정의 표출이 자연스럽고 소박하게 표현됨. 소극적이고 직선적
․황조가-꾀꼬리라는 매개체로 부각되고 있음.
․서경별곡-저돌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여성의 어조로 이별을 거부하며 함께하는 행복과 애정을 강조한다.
․진달래꽃-가시리처럼 다시 돌아와 달라는 원망을 토로하지 않고 감정의 절제와 자기 희생적 자세를 역설적으로 표현함.
8. ‘서경별곡․가시리’와 ‘진달래꽃’에 드러난 여인상을 비교해 보자.
서경별곡-이 작품의 여인은 가는 임에 대하여 하소연, 다짐, 원망 등의 심리적 갈등을 보이고 또 질투심까지 나타내지만, ‘가시리’는 그런 감정을 억제하고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는 고매한 인격의 면모를 보여 준다.
․진달래꽃-‘진달래꽃’은 언제까지나 이별의 슬픔을 인내하겠다는 태도인 데 비해 ‘가시리’의 여인은, 임이 돌아오기를 끝까지 기다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임으로써, 결코 절망하지 않는다는 긍정적인 자세를 나타낸다.
9. 우리 문학사에 있어서 ‘이별의 정한(情恨)’의 맥을 살펴보자.
한국 여인의 보편적 정서인 ‘이별의 정한’은 고구려의 ‘황조가’에서 고려 속요인 ‘서경별곡’ ‘가시리’, 한시인 정지상의 ‘송인’, 황진이의 시조, 민요의 ‘아리랑’, 김소월의 ‘진달래꽃’과 같은 작품에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다.
10. 이 작품에서 서정적 자아의 정서를 드러내는 시어를 찾아보자.
셜온
참고 사항
이별의 정한이 나타난 작품
※ 이별의 정한(情恨)이 나타난 작품 고찰
한국인이 보편적인 정서인 ‘이별의 정한(情恨)’은 고구려의 「황조가」에서 고려 시대 속요인 「가시리」, 「서경별곡」과 정지상의 한시(漢詩) 「송인(送人)」, 조선 시대 황진이의 시조, 민요의 「아리랑」, 현대의 김소월의 「진달래꽃」에 이르기까지 이어져 오고 잇다. 그러나 이들 작품의 시적 화자의 정서는 조금씩 다르다.
※ ‘진달래꽃’에는 언제까지나 이별의 슬픔을 인내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나, ‘가시리’에서는 임이 돌아오기를 끝끝내 기다리겠다는 정서가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