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

by 홍반장 posted Apr 26,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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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

 

 

 

살구는 봄이면 벚꽃처럼 꼭같이 곳곳에 꽃을 피웠다가

장마 구름이 몰려올 때면, 밝은 주황색의 열매를 떨어트리곤 하지.

잘 익은 살구의 빛깔과 은근한 향, 그리고 새콤한 맛은 

다른 과일에 비겨 뒤지지 않을 정도야.

근데 요즘 애들은 살구열매를 잘 모르나봐.

무수히 떨어지는 살구를 줍지 않아.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아.

오늘 음악을 들으며 혼자 길을 걷다가

살구를 주웠어.

그러다가 갑자기 슬퍼졌어.

 

어릴 적 시골집 뒤안은 온통 대나무 밭이었고,

그 옆집은 대나무 울타리로 제법 꼼꼼하게 막혀 있었는데, 

이맘때면 그 옆집 대나무밭 가운데 우뚝 솟은 살구나무에서 떨어지는 

살구가 너무 먹고 싶어 

몰래 울타리를 넘곤 했던 기억이 생각나는 거야.

살구씨는 씨멘 바닥에 양쪽을 문질러 그 안을 파내면 호각 소리도 나.

그런 게 장난감이었지.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던 그 살구를 혼자 주머니에 담던 기억에

마음이 긁혔나봐.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