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빌어먹을 비탈진 시간은
자꾸 내 무릅을 꿉히게 만들었다
종일 굽고 꿇고
하루는 내려오는 길도 힘들었다
그래도 살아냈다는 것은
달력의 숫자 한 칸
몰려다니는 구름이 무서운
바람이 먼저 도망을 쳤다
비 몇 개가 창에 맞았다
어둠을 피하려고 들어가는
도로는 지친 차들로 이미 홍수가 나기 시작했다
신호등은 뻘겋게 달아올랐고
미친 년 널 뛰듯 나무는 머리채를 돌려댔다
조금만큼 땅 아래 서고 싶었다
저 넓은 하늘도 힘든 곳인지
비도 거기서 내려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