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4.07 13:16

자유의 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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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폭

개인이 가진 컴퓨터, 스마트폰이 가진 정보의 양은 분명 혼자 소화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방대해졌다. '정보의 바다'라는 말은 과거에는 인터넷 전체를 의미하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개인의 컴퓨터 한 대만 해도 '작은 바다'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컴퓨터가 삶에서 중요한 사람이라면, 한 번 생각해 보자. 하드디스크 상에 아직 보지 못해 쌓아 둔 영화나 드라마를 지금부터 보기 시작한다면, 그걸 다 해치우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게다가 인터넷 상의 것들까지 합한다면, 좁은 방 안에서도 선택할 수 있는 문화 컨텐츠의 양은 정의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하다. 

즉, 오늘날 정보 선택의 폭은 우리의 인식능력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많아졌다. 그런데 우리는 그만큼 자유로운 걸까. 그렇다면 아직도 읽지 못한 책을 읽을 자유는 어디에 있는가. 지금껏 그 책을 읽을 자유를 가로막은 것은 무엇인가.

엘프리데 옐리네크의 소설 『피아노 치는 여인』을 읽어보면 에리카라는 불행한 여성이 등장한다. 그녀는 강한 어머니의 권력에 의해 '욕망을 거세당한 인물'이라고 논해진다. '거세'라는 끔찍한 단어는 정신분석학이 인문학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단어로, 굳이 풀이하자면 치명적인 수준의 억압, 혹은 억압이 완성된 형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마천을 평생 고통스럽게 만든 '궁형'은 신체를 대상으로 한 거세이고, 에리카의 어머니는 정신을 대상으로 딸의 욕망을 거세했다. 그렇다면 혹시 해일처럼 몰아치는 정보의 바다는 우리에게 어떤 치명적인 힘을 행사할지도 모르는 것 아닐까. 
written by Joe (braincase@artnstud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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