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후 혼자 라면을 먹거나
굵은 비가 내게 보이려고 일부러 환하게 내리거나
귀에 익숙한 멜로디의 피아노 음악이 머리 가득 채워지거나
아침에 일어나 아직 찾아오지 않은 정신을 햇빛에 쬐거나
여기저기 수많은 걸음과 말들이 오고가는 공간이거나
아무도 없는 시골길을 아무 생각도 없이 차로 내달리거나
어린 시절의 기억 하나가 쓴웃음을 짓게 하거나
어딘지도 모를 몸의 저 안 쪽이 아주 조금씩 아프거나
하루 종일 자신을 찾는 사람이 아무도 없거나
그냥 살아 있다고 생각이 들거나
숨 쉬는 것을 느끼거나
정신없이 바쁘다가 잠깐 쉬는 동안이거나
시간이 아주아주 길어져, 그 틈을 내게 허락하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