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4.03 09:53

아버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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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2




오래되었다고 날짜를 넘기면 과태료를 물게 되다는 위협적인 몇 번의 통지서를 받은 뒤에야
토요일 덜 깬 아침, 자동차 검사를 하러 가고 그 근처 요양병원에 계신 아버지께 가려다
커피 한 잔을 사려고 한참 정성을 들여 주차를 했다
탄 맛처럼 진하게 카푸치노를 주문하고 빵을 사려다 이젠 빵조차 드시기 힘든 
그 얼굴의 쪼그라든 입이 나타나 진열대에 비치며 내 기운을 일시에 빼앗아버렸다
커피를 사두고
그 숨 쉬기만을 위해 이제 힘들었던 구십 년의 기억을 지워버리신 아버지 얼굴
어쩌면 아버지가 얼른 돌아가시기를 바라는 마음이 내게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몇 번의 울음과 눈물로 아버지를 보내면
내 어린 시절 아무 말도 해주지 않으셨던 아버지에 대한 불만과
만주부터 일본까지 안 다니신 곳이 없다던 아버지의 흔적이
아마 내가 아버지를 찾아가는 횟수처럼
가끔의 기억이 나를 찾을 것이고
아버지가 품고 계신 치매처럼 나는 아버지를 점점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나를 각성시키지 못하는 진한 커피는 미지근하게 식어가고
요양병원 가는 길은 빨간 신호등 앞에서 얼룩얼룩 자꾸 번져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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