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잠들기 전 난 아버지의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그래야 잠이 들었다
지금은 그 수염에 음식을 드실 때마다
뭔가가 질질 흘러 내려 닦아주어야 한다
아버지는 이제 내 얼굴은 알지만 이름은 모르신다
쉬는 날이면 요양원에 찾아 가지만
요즘엔 통 오지 않았다고 다른 이들에게 일렀단다
난 갔지만 가지 않은 셈이 되었다
이제 내가 가도 가지 않아도 아버지는 어쩌면 나를 기억하지 못하신다
벌써 멀리 가실 채비를 하시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제 어쩌면 아버지께는 하나씩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마지막 봄, 마지막 생신, 마지막 여름
어떻게 보내드려야 하는지 오늘부터 생각해보기로 했다
휴일은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이 있다
그렇게 궁금해하기만 하고 걱정하기만 하는 사람이 있다
마음이 좋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