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는지
수 많은 발걸음 위에
벚꽃은 왜 그렇게 많이 쌓였을까
아무도 찾지 않는 밤에
벚나무들은 떨어진 꽃잎을 줍는다
그리고 마음이 가난한 동네를 찾아간다
그 동네 사람의 나이를 더한 만큼
하늘에는 늘 별이 떠 있고
그 별들은
동네 사람들을 영영 헤아린다
책을 들고 돌아가는 사람
서서 그릇을 헹구는 사람
근무를 마치지 못하고 끌고 가는 사람들은
어느 시대 군병들이고 봄나물 뜯는 처녀들이고
짚신이고 국밥이었다
늦은 잠 다 만들지 못한
순결한 꿈을 위해서일까
땅에 내리는 꽃비는
팔만대장경 소승삼장 제몸에 문신처럼 박아두고
이제 5천 2백만자가 하얗게 터져서
봄을 찾아온다
사람들은 어느 때 꽃이 지는 지
알지 못한다
벚꽃이 왜 그렇게 많이 피었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