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만규
우리 동네에는 만규가 산다
아이스크림을 어둠처럼 떠먹는 아이
가로등 불빛 다 닳아진
아무도 없는 곳에서
아이스크림을 들고 달콤하게 웃고 있었다
그런 만규는
어둠에게 씨발놈들이라고 욕 하다가도
혼자 공던지기를 하다 공이 멀리 가버렸다고
공이 나쁘다고 하다가도
넘어지면 길이 울퉁불퉁 하다고 했다
어디서 얻어진 아이스크림 하나에
응큼하게 웃다가 돌아섰다
울어도
만규는 자주 슬프지는 않았다
슬픔을 몰랐고 사실
삶은 만규에게 감정을 주지 않았다
만규는 찾아온 삶과 잘 살고 있을까
우리 동네에는 아이스크림 가게가 없다
만규는 빵은 먹지 않는다
어느 날부터는 골목이 비어 있었다
아무도 차갑고 까만 어둠을 떠먹지 않아
어둠은 더 까매졌다
길바닥도 더 이상 만규와 부딪치지 않아 아프지 않았다
나는 골목에서 아이스크림을 만규처럼 먹어 보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