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에 난 상처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낫듯이 마음의 상처도 작은 것들은 스스로 치유가 된다. 하지만 큰 외상을 그대로 둘 수는 없듯이 마음의 큰 상처도 그대로 둘 수가 없다.
그런데 그것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우리는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미 상처가 커질대로 커졌을 때서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고통스러워 하게 된다.
이런 고통의 문제는 어느 날 갑작스럽게 소화가 안 되서 복통이 찾아오는 것과는 다르다. 아무런 자각 증상 없이 점점 자라다가 어느 순간 손을 쓰지 못할 정도로 커져서, 그때서야 고통을 느끼고 뒤늦게 치료를 하는 경우가 많게 된다. 치료가 쉬울 리가 없다. 심리적으로 자기 스스로가 안 좋은 상황에 빠져 있는 순간을 쉽게 감지하지 못하다가 감당하기 힘든 순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암이라는 질병이 그렇다. 암에 걸린 순간 암을 부정할 수가 없다. 그대로 껴안아야 한다. 어제 그런 분을 잠깐 뵈었다. 하지만 너무나 건강한 모습에 오히려 내가 그분께 큰 감명을 받았다. 그 부정의 덩어리를 그대로 껴안으면서 웃으시는 모습을 아마 난 잊지 못할 것이다.
심리적인 질병도 그렇다고 생각해 본다. 어느 순간 닥쳐온 그것을 그대로 껴안을 수밖에 없다. 항암제를 쓰고 건강하려고 노력하듯 감정의 훈련이 필요하다. 애써 밝고 담대해지려고 노력하는 연습은 날마다 필요한 것이다. 훈련이니까 잠깐동안으로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감정에도 습관이 있다고 한다. 그 습관들을 바꾸기는 어렵지만, 사는 일이 다 그렇다,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