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3.24 10:52

수면 내시경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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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내시경을 했다.

내 나이가 되면 하는 거란다.

슬슬 몸이 좋지 않아져, 병원에 갔더니 약을 먹으란다.

약을 먹었는데, 좋아지지 않아 다시 갔더니 수면 내시경을 하잖다.

그랬다.

 

얼마 전에 누군가와 그런 이야기를 했다.

자신이 정말 먼지만큼 작아지는 때에 대해서.

밥 먹고 할 일이 없어서 그랬다.

 

그의 경험으로는 수술대에 올라갔을 때가

그런 경험 중에 최고란다.

무엇인가에 의해 무력해지는 자신, 특히 무슨 쇠막대기가 자신의 몸을 헤집을 때

한없는 무기력함을 느끼고 너무 나약한 실험대상의 벌레같은 느낌도 들었다고 했다.

 

아침 일찍 갔다.

20분을 기다렸다.

그랬더니 작은 한 봉지, 뭘 먹으란다.

딸기맛이었다.

그랬더니 침대에 누우란다.

누웠다.

혈관을 찾지 못해 끙끙거리다 링거 작은 봉지 하나를 팔뚝이 정말 튼튼한 간호사가, 꽂았다.

수면내시경인데, 수면은 언제 되나하고 혼자 속으로 툴툴거리고 있던 참에

의사가 와서 다시 무슨 주사를 넣었다.

그러고는 기억이 사라져버렸다.

 

그게 신기했다.

다른 건 다 모르겠고 그게 제일 신기했다.

어느 틈엔가 기억이 사라진 거.

나에게 필요한 거.

 

이런 위胃는 절대 위암같은 거 안 걸린다고 의사가 말했다.

그러더니 병명을 얘기한다.

위가 좋다는 건가? 잠깐 헷갈렸다. 

수면내시경은 아무튼 색다른 경험이다.

아니, 병원은 늘 그렇다. 사람을 작아지게 만든다.

불안함 때문이기도 하고 낯설음 때문이기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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