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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공주 - 미상


 <이전 줄거리> 

  옛날 어느 왕국의 국왕이 즉위하여 결혼을 하려고 문복(問卜)을 한다. 점쟁이는 금년에 결혼을 하면 공주만 일곱을 낳을 것이고, 내년에 결혼을 하면 왕자 셋을 낳을 것이라고 한다. 왕은 점쟁이의 말을 따르지 않고 그 해에 결혼을 했는데, 왕비는 계속해서 공주만 여섯을 낳는다. 왕은 점쟁이의 예언대로 되자 왕자를 낳게 해달라고 신에게 치성을 드린다. 왕과 왕비는 상서로운 태몽을 꾸고 일곱째 아기를 낳으니 또 공주였다. 화가 난 왕은 일곱 번째 공주를 옥함에 넣어 강물에 띄워 버린다.  

  ☞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음

바리공주는 석가세존의 지시를 받은 비리공덕할아비와 비리공덕할미에게 구출되어 양육된다. 바리공주가 15세가 되었을 때 왕은 병이 들고, 꿈에 청의동자가 나타나 하늘이 내려 준 바리공주를 내다 버린 죄로 병이 들었으니, 병을 고치려면 바리공주를 찾아 신선 세계의 약수를 구해 먹어야 된다고 한다. 

 ☞  구출되어 양육되는 바리공주, 병이 든 왕

충성스런 신하가 고생 끝에 바리공주를 찾아오고, 여섯 언니가 모두 못 가겠다는 것을 바리공주 홀로 약수를 구하러 길을 떠난다.

  ☞  약수를 구하러 떠나는 바리공주


칠공주(第七公主) 불러 내여, 

“부모 소양 가려느냐?” 

“국가에 은혜와 신세는 안 졌지만은 어마마마 배 안에 열 달 들어 있던 공으로 (*약수를 구하러 떠나는 이유)소녀 가오리다.” 

“거동시위로 하여 주랴 구수덩 싸덩을 주랴?” 

“필마단기(匹馬單騎)로 가겠나이다.” 

사승포(四升布) 고의 적삼 오승포(五升布) 두루마기 짓고 쌍상토 짜고 세패래이 닷죽 무쇠주랑(鐵杖) 집흐시고 은지게에 금줄 걸어 메이시고 양전마마 수결(手契) 받아 바지끈에 매이시고, 

“여섯 형님이여 삼천 궁녀들아 대왕양마마님께서 한날 한시에 승하하실지라도 나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서 인산거동(因山擧動) 내지 마라.” 

양전마마께 하직하고 여섯 형님께 하직하고 궐문 밖을 내달으니 갈 바를 아지 못할너라.   부모 소양(약수를 구하러 감)을 가는 바리공주

우여 슬프다. 선후망의 아모 망재 칠공주 뒤를 좇으면은 서방정토 극락세계 후세발원(後世發願) 남자 되여 연화대(蓮花臺)로 가시는 날이로성이다.(*무속의 발원)

아기가 주랑을 한 번 휘둘너 집흐시니 한 천리[一千里]를 가나이다. 두 번을 휘둘너 집흐시니 두 천리[二千里]를 가나이다. 세 번을 휘둘너 집흐시니 세 천리[三千里]를 가나이다.(*전기적(傳奇的)  요소)

이 때가 어느 때냐 춘삼월(春三月) 호시절(好時節)이라. 이화도화(梨花桃花) 만발하고 향화방초(香花芳草) 흩날리고 누른 꾀꼬리[黃鶯]는 양류간에 날아 들고 앵무공작(鸚鵡孔雀) 깃 다듬는다. 뻑꾹새는 벗 부르며 서산에 해는 지고 월출동령(月出東嶺) 달이 솟네.  배경 제시

앉아서 멀니 바라보니 어렁성 금바위에 반송(盤松)이 덥혔는데 석가세존(釋迦世尊)님이 지장보살(地藏菩薩)님과 아미타불님과 설법(說法)을 하시는구나. 

아기가 가까이 가서 삼배나삼배(三拜又三拜) 삼삼구배(三三九拜)를 드리니, 

“네가 사람이냐 귀신이냐? 날김생 길버러지도 못 들어 오는 곳이어든 어찌 하야 들어 왔느냐?” 

아기 하는 말이, 

“국왕의 세자이옵더니 부모 소양 나왔다가 길을 잃었사오니 부처님 은덕(恩德)으로 길을 인도하옵소서.” 

석가세존님 하시는 말씀이, (*무속신앙의 불교 수용)

“국왕에 칠공주가 있다는 말은 들었어도 세자 대군이 있다는 말은 금시초문이다. 너를 대양서촌(大洋西村)에 버렸을 때에 너의 잔명(殘命)을 구해 주었거든 그도 그려 하려니와 평지 삼천리를 왔지마는 험로(險路) 삼천리를 어찌 가려느냐?” 

“가다가 죽사와도 가겠나이다.” 

“라화(羅花)를 줄 것이니 이것을 가지고 가다가 큰 바다가 있을 테니 이것을 흔들면은 대해(大海)가 육지가 되나니라.” (*상전벽해(桑田碧海))

가시성[荊城] 철성(鐵城)이 하날에 다은 듯하니, 부처님 말씀을 생각하고 라화를 흔드니 팔 없는 귀신, 다리 없는 귀신, 눈 없는 귀신 억만귀졸(億萬鬼卒)이 앙마구리 끌 듯하는구나. 

칼산지옥 불산지옥문과 팔만사천 제지옥문을 열어, 십왕(十王) 갈 이 십왕으로, 지옥(地獄)갈 이 지옥으로 보내일 때, 

우여 슬프다 선후망의 아모 망재 썩은 귀 썩은 입에 자세히 들었다가 제보살님께 외오시면 바리공주 뒤를 따라 서방정토 극락세계로 가시는 날이로성이다.(*무속의 발원)

아기가 한 곳을 바라보니, 동에는 청유리(靑琉璃) 장문(墻門)이 서 있고 북에는 흑유리(黑琉璃) 장문이 서 있고, 한가운데는 정렬문(貞烈門)이 서 있는데 무상신선이 서 계시다. 

키는 하날에 다은 듯하고, 얼굴은 쟁반만하고 눈은 등잔만하고, 코는 줄병 매달린 것 같고, 손은 소댕[釜蓋]만하고 발은 석자 세치라. 

하도 무서웁고 끔찍하야 물너나 삼배를 들이니, 

무상신선 하는 말이, 

“그대가 사람이뇨 귀신이뇨? 날김생 길버러지도 못 들어 오는 곳에 어떻게 들어 왔으며 어데서 왔느뇨?” 

“나는 국왕마마의 세자로서 부모 봉양 왔나이다.” 

“부모 봉양 왔으면은 물값 가지고 왔소? 나무값 가지고 왔소?” 

“총망길에 잊었나이다.” 

물 삼 년 길어 주소, 불 삼 년 때어 주소, 나무 삼 년 비어 주소. (*바리공주의 고난)

석 삼 년 아홉 해를 살고 나니 무상신선 하는 말이, 

“그대가 앞으로 보면 여자의 몸이 되여 보이고 뒤로 보면 국왕의 몸이 되여 보이니, 그대하고 나하고 백년가약을 맺어 일곱 아들 산전바더 주고 가면 어떠하뇨?” 

“그도 부모 봉양 할 수 있다면은 그리하성이다.” 

천지(天地)로 장막(帳幕)을 삼고, 등칙으로 벼개 삼고, 잔디로 요를 삼고, 떼구름으로 차일(遮日)을 삼고, 샛별로 등촉(燈燭)을 삼어, 초경(初更)에 허락하고, 이경(二更)에 머무시고, 삼경(三更)에 사경오경(四更五更)에 근연 맺고, 일곱 아들 산전바더 준 연후에 아기 하는 말씀이, 

“아무리 부부 정(情)도 중하거니와 부모 소양 늦어감네. 초경에 꿈을 꾸니 은바리가 깨여져 보입디다. 이경에 꿈을 꾸니 은수저가 부러져 보입디다. 양전마마 한날 한시에 승하하옵신 게 분명하오. 부모 봉양 늦어가오.” 

“그대 깃든 물 약려수이니 금장군에 지고 가오. 그대 비든 나무는 살살이 뼈살이니 가지고 가오.” 

“앞바다 물 구경하고 가오.” 

“물 구경도 경이 없소.” 

“뒷동산의 꽃 구경하고 가오.” 

“꽃 구경도 경이 없소.” 

“전에는 혼자 홀아비로 살아 왔거니와 이제는 여덟 홀아비가 되어 어찌 살나오?” 

“일곱 아기 데리고 가오.” 

“그도 부모 소양이면 그리하여이다.” 

큰 아기는 걸니시고 어린 아기 업으시고. 

무상신선 하시는 말씀이, 

“그대 뒤를 좇으면은 어떠하오?” 

“여필종부(女必從夫)라 하였으니 그도 부모 소양이면 그리하여이다. 한 몸이 와서 아홉 몸이 돌아가오.” 

  <서울 지역 전승본> 


<이후의 줄거리>

  바리공주가 돌아와 보니 왕과 왕비는 이미 죽어 상여가 나가고 있다. 바리공주가 약수로 살려 내자 왕은 바리공주의 소원대로 무신(巫神)이 되어 무당의 제향(祭享)을 받아 먹도록 하고, 일곱 아들은 저승의 대왕(大王)이 되게 하고, 무상신선은 산신(山神)이 되게 한다.(* 무속신으로서의 좌정) 

 

♠ 어휘 풀이

․ 칠공주 : 일곱 번째 공주를 말함. 

․소양 : 봉양(奉養). 

․거동시위(侍衛) : 임금의 거동에 군사들이 호위하는 것. 

․구수덩 : 구슬덩. 오색 구슬로 꾸민 덩. ‘덩’은 공주나 옹주가 타던 가마. 

․싸덩 : 사(紗)덩인 듯. 비단으로 장식한 가마. 

․사승포(四升布) : 목면 및 삼베의 종류. 십이승포가 최고품임. 

․쌍상토 : 쌍상투. 

․세 패래이 닷죽 : 새 패랭이 다섯 죽. 패랭이는 대오리로 결어 만든 갓. 신분이 낮은 사람이 썼음.  한 죽 은 10개. 

․무쇠주랑 : 무쇠 지팡이. 

․수결(手契) : 도장 대신 성명이나 직함 아래에 직접 쓴 표지. 사인(sign). 

․인산거동(因山擧動) : 임금이 죽어 상여가 나가는 것. 

․아모 망재 : 먼저 죽은 사람이든 나중 죽은 사람이든 어느 망자(亡者)나. 

․삼배나삼배 : 삼배(三拜) 또 삼배(三拜). 

․라화(羅花) : 비단으로 만든 꽃. 

․가시성[荊城] : 가시나무 울타리로 둘러친 성. 

․칼산지옥 : 칼날이 산을 이룬 지옥. 

․제지옥문 : 온갖 지옥문. 

․십왕(十王) 갈 이 : 시왕으로 갈 사람. ‘시왕’은 명부(冥府)의 열 사람. 

․정렬문(貞烈門) : 여성의 행실이나 지조가 곧음을 표창하기 위해 세운 문. 

․줄병 : 질병. 질그릇으로 만든 병. 

․소댕[釜蓋] : 솥뚜껑. 

․총망길에 : 바삐 오느라. 

․앙마구리 끌 듯하는구나. : 귀신들의 행동이 참개구리가 소란스럽게 울부짖으며 뛰어 다니는 것과같다는 뜻. 속담에 ‘악머구리 끓듯 하다.’라는 말이 있음. 

․일곱 아들 산전바더 주고 : 일곱 아들 낳아 주고. 

․등칙 : 등나무. 

․차일(遮日) : 햇빛을 가리는 포장. 

․초경(初更) : 초경은 저녁 7~9시, 이경은 9~11시. 

․근연 맷고 : 연분을 맺고. 

․은바리 : 은으로 만든 바리. ‘바리’는 놋쇠로 만든 여자 밥그릇. 

․깃든 : 길어오던. 

․약려수 : 약이 되는 신령한 물. 

․금장군 : 금으로 만든 장군. ‘장군’은 물, 술, 간장 등을 담아서 옮길 때 사용하는 그릇. 

․살살이 뼈살이 : 살을 살아나게 하는 것, 뼈를 살아나게 하는 것. 

․여필종부(女必從夫) : 아내는 남편에게 순종해야 한다. 

․초경에 꿈을 꾸니 ~ 부러져 보입디다. : 바리가 깨어지는 꿈은 모친이 사망할 징조이고, 수저가 부러지는 꿈은 부친이 사망할 징조라고 한다. 

․경이 없소 : 흥이 없소. 혹은 경황이 없소. 


♠ 핵심 정리 

•갈래 : 서사무가 

•성격 : 신화적, 교훈적 

•주제 : 죽은 사람을 살리고자 하는 인간의 소망 

•의의 : 무속신 본풀이의 전형적인 형태로 영웅의 일생과 관계있음. 


♠ 친해지기 

❶ ‘바리공주’라는 이름을 얻게 된 사연을 말해 보자. 

  ☞ 아버지가 왕인 여자이므로 ‘공주’이지만, 부모에 의해 버려졌기 때문에 ‘바리’라는 동사 어간이 붙어 ‘바리공주’라는 이름이 붙은 것으로 추정된다. 

 

♧ 작품의 이해

   이 작품은 죽은 사람의 영혼을 위로하고 저승으로 인도하기 위해 베풀어지는 사령제(死靈祭)에서 쓰이던 무가(巫歌)로서 서사무가(敍事巫歌)의 ‘본풀이’이다. 무조(巫祖), 곧 무속신에 얽힌 이야기를 굿에서 구연(口演)하는 본풀이는 무가 신화로서 기능하게 마련인데, 이 작품 또한 그러하다. 지노귀굿, 오구굿, 씻김굿, 망묵이굿 등의 무속 의식에서 반주에 맞추어 창으로 구연되며, 지역에 따라서서는 ‘무조 전설’, ‘바리공주’, ‘칠공주’, ‘오구풀이’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계층문화, 그리고 구연자에 따라 작품의 세부 내용들이 차이를 보이는 구비전승 문학으로서, 기본적인 서사적 구조는 구복여행담(求福旅行談)과 효녀담(孝女談)의 결합을 보여준다.

  이 작품에 나타난 구복 여행담의 모티프는 ‘이승에서 버려짐 → 저승(또는 영계)에서의 시련 → 이승에서 부모를 살려냄 → 오구신이 됨’의 설화소를 통해 나타난다. 여기서 비리데기(바리데기)는 이승과 저승의 중재자요, 영혼의 천도자요, 질병의 치유자인 오구신이 되는데, 이것은 무당(무녀)의 치병(治病) 과정과 상관성이 있다.

  비리데기는 어원상 ‘버리다’의 ‘버리- / 바리- / 비리-’와 ‘부엌데기, 새침데기, 소박데기’의 ‘-데기’가 결합하여 이룬 것으로 여겨지는데, 그 뜻은 ‘버려진 아이(여인)’을 말한다.



♧ 이해 및 감상

  「바리데기」는 사람이 죽은 뒤 49일 안에 지내는 ‘지노귀굿(오구굿)’에서 가창(歌唱)되는 무가이다. 무가는 무(巫)라는 직업 전문인에 의하여 무(巫)로서의 기능을 발휘하기 위하여 무속 예의에서 불려지는 구비 문학의 일종이다. 우리나라 전역에서 전한다. 

  바리데기는 서천(西天)의 영약(靈藥)을 구하여 죽은 부모를 살리는데, 이 과정의 반복을 통하여 죽지 않고 영원히 살고자 하는 인간의 소망을 보여 준다. 죽음에서의 승리를 위하여 요구되는 바리데기의 시련과 지극한 효성을 고소설의 영웅과 관련지으면서 읽어보자.

  「바리데기」 전체의 줄거리를 화소별로 나누어 보자. 지방 및 이야기꾼에 따라 약간 다르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은 단락으로 이루어져 있다.


  ① 부부가 딸만 일곱(또는 아홉)을 낳아 마지막 딸을 버린다.

  ② 부모가 병이 들어 약물이 필요하게 된다.

  ③ 집에서 기른 딸들은 약물 길러 갈 것을 거절한다.

  ④ 버린 딸을 찾아 약물을 길어 오게 한다.

  ⑤ 약물을 길러 가는 과정에서 많은 시련을 겪는다.

  ⑦ 그 공으로 무조(巫祖)로 좌정(座定)한다.


  구조적인 면에서 「바리데기」 무가는 ‘이승의 버림 → 이승과 저승 사이의 세계인 영계(靈界)에서 시련→ 이승으로 귀환하여 부모를 살림 → 죽은 영혼을 천도하는 별이나 무당이 됨’의 구조로 짜여져 있다. 그리고 내용을 검토해 보면, 첫째, 버려진 아기가 부모를 재회하기 위해서는 신적 능력을 지닌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혈연관계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있다. 둘째, 아이를 버린 부모가 병이 든 것은 불교의 인과응보 사상의 영향으로 생각된다. 셋째, 바리데기가 영계의 시련을 회피하지 않은 것은 효 사상의 강조와 결혼하여 아들을 낳기 위한 것으로 가부장적 세계관이 반영되어 있으며, 또한 결혼은 고생이라는 전통적 결혼관이 투영되어 있는 까닭이다. 넷째, 바리공주가 마지막에 무당이 되었던 것은 불교나 유교에 의해 사회적으로 미신처럼 여겨지는 사정 속에서 도교(무속)가 사회의 지지를 받거나 쉽게 받아들이기 위해서였다.

  「바리데기」(경상도)무가는 「오구풀이「(전라도), 「바리공주」(서울), 「칠공주」(함경도)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제주도에서는 전승되지 않는다. 오구굿에서 영송(詠誦)되는 서사 무가의 일종으로서 그 명칭은 ‘바리’, ‘버리다’라는 동사에서 온 것으로 ‘버려진 아이’라는 뜻이다. 이 무가는 일명 무조(巫祖)신화라고 하는데, 이것은 무의 기능 중의 하나인 치병을 바리공주가 시작했다는 데서 비롯한다. 



♠ <심화 학습>

1. 소재의 상징성

  전통적으로 무당은 신과의 교섭자요, 이승과 저승의 중개자였다. 병을 치료하고 앞날을 예언하며 신의 대리인으로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서양에는 엄밀한 의미에서 무당이 없다. 무당은 주술과 종교라는 두 요소를 공유한 것인데, 서양에는 그러한 존재가 없다. 문학에서는 신의 선택에 의한 운명 내지는 토속문화를 대표하기도 한다. 다음 항목에서 서술되어야 할 내용이지만 소재가 무녀라는 면에서는 김동리의 「무녀도」, 「을화」, 한승원의 「불의 딸」, 조정래의 「태백산맥」과 관련이 된다. 후에 와서 무당이 불신되면서 무당은 탐욕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2. 다른 작품과의 관련성

  이렇게 부모를 위해 약을 구하러 시련을 겪고 모험을 하는 이야기는 설화 소설 등에서 많이 발견되는 모티브다. 여기에는 기아(棄兒), 재생(再生), 효행(孝行) 설화가 혼합되어 있다. 「숙향전(淑香傳)」, 「적성의전(狄成義傳)」 등의 조선 소설에서 이 같은 삽화를 찾을 수 있다. 또한 출생부터 버림을 받고 시련을 겪는 것은 동양에 공통된 영웅의 일생과 상통하기도 하다. 한편, 이 이야기는 집안의 위기를 이김으로써 세상 일반의 구원자가 된 성취담인데, 이런 면에서 「조웅전」과 「옥루몽」 등과 관련이 있다. 모두 집안의 위기와 나라의 위기를 동시에 이기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바리공주 무가는 타문학 장르와 매우 밀접하며 그 전승 기간이 장구했으리라 여겨진다.

【참고문헌】

김동욱(1960), 「무가 바리공주」, [황의돈 선생 고희기념논총], 동국대 사학회.

서대석(1972), 「바리공주 연구」, [계명논총 8], 계명대학교.

최강현(1979), 「바리공주 신화의 분석」, [한국민속학 11], 한국민속학회. 

김열규(1977), 「바리데기」, [비교문학 및 비교문화 1], 비교문학회.


♠ 참고 학습

 1. 어휘의 종교적 또는 문학적 의미

  ① 서천서역국(西天西域國):

     중국인이 중국의 서쪽 지역을 총칭하는 데 사용한 호칭. 아득히 먼 곳, 또는 석가모니를 환기시키는 ‘인도’를 가리킴. → 극락, 저승

  ② 미륵님: 미륵은 미륵보살의 준말. 미륵보살은 대승불교에서 중생을 제도하는 미래의 부처로 여겨지고 있는데, 불교 신앙과 결합한 무속 신앙에서는 중생들의 소원을 들어줄 자비로운 부처의 이미지를 지님.

  ③ 선녀: 선녀는 천계(天界)에 사는 여자 신선. 이 작품에서는 일반적인 선녀보다는 서왕모(西王母), 즉 불사(不死)의 약을 가지고 있는 중국 고대의 선녀를 뜻하는 것으로 보임. 중국의 도교에서는 서화(西華)라는 아름다운 땅에 사는 여자 정령들을 다스리는 불사의 여왕으로 알려져 옴.

  ④ 이승, 저승, 억만지옥, 직녀성: 이승과 저승을 나누는 것은 죽음 이후의 삶을 긍정하려는 내세관에서 비롯함. 사람은 죽더라도 혼이 저승(황천, 명부, 명계)에서 살아간다고 보는 것임. 저승과 관련된 신화에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는데, 저승의 기원에 관한 신화가 하나이고, 이승의 사람이 저승에 들르는 신화가 다른 하나이다. 이 작품에서는 샤머니즘, 곧 무속 신앙에서 무녀가 병자의 영혼을 되찾기 위해 저승을 들르는 이야기로 나타나고 있다. 무속 신앙의 형성 초기에 저승의 이미지는 이승의 모습과 별로 다르지 않지만, 그 후로는 점차 분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에 따라 저승은 천상계와 명부계(지옥계)로 나뉘게 된다. 이 작품에서는 천상계는 직녀성으로 표현되어 있으며, 명부계는 억만지옥이나 독사지옥 등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상의 어휘들의 문화적, 종교적 의미를 살펴보면, 「비리데기」는 불교와 도교, 무속 신앙 등이 혼재되어 있는 무가(巫歌)임을 알 수 있다.


2. 숫자나 사물의 상징적 의미

  ① 아홉 번째 딸, 아홉 번의 절, 아홉 해:

     ‘아홉’은 중국과 한국의 수 관념에서는 양기로 충만한 길(吉)한 수로 알려져 왔다. 대개 길거나 높거나 깊거나 많은 것에 대해 이 말을 써 왔으며, 신령하거나 완전한 것에 대해서도 이 말을 써 왔다. 따라서 하늘은 ‘구천(九天)’이라고 하고, 겹겹이 문을 막아 임금을 보호하고 있는 궁궐을 ‘구중궁궐(九重宮闕)’이라 하며, 가뭄 끝에 긴 장마가 오는 것을 ‘구년지수(九年之水)’라 하고, 많은 것 중 적은 하나를 가리켜 ‘구우일모(九牛一毛)’라 했다. 용을 ‘구룡(九龍)’으로 표현하거나, 전국을 ‘구주(九州)’로 나누거나, 음식을 ‘구절판(九折坂)’에 담는 것 또한 그 예이다. ‘구운몽(九雲夢)’에서는 8선녀에 ‘성진’까지 아홉을 이루었다. 아홉에 대한 이러한 해석은 주로 도교의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


  ② 탑 세 개, 선녀 셋, 세 가지 물과 세 가지 꽃 그리고 세 개의 가지:

     이 작품에 등장하는 ‘3’의 숫자 또한 완전함을 뜻한다. 우리의 민간 풍속에서는 ‘3’은 가장 뚜렷한 수 관념을 형성해 왔는데, 이는 양수의 시작인 ‘1’과 음수의 시작인 ‘2’가 결합해 만들어 내는 최초의 변화수가 ‘3’이며, 이것이 음양의 조화와 완성을 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3’이라는 숫자는 세 개로 나뉘어 있지만 전체로는 하나라는 상징성을 지닌다. ‘단군신화’에서 환인은 인간 세상을 천부인 세 개를 가지고 다스리게 하였고, 환웅은 3천 명을 데리고 태백에 내려와 신시를 열었고, 환인․환웅에 이어 단군이 인간으로서 세상을 다스림으로써 삼위일체적인 완성을 보인다. 

 친해지기

❶ ‘바리공주’라는 이름을 얻게 된 사연을 말해 보자.

  ☞ 아버지가 왕인 여자이므로 ‘공주’이지만, 부모에 의해 버려졌기 때문에 ‘바리’라는 동사 어간이 붙어 ‘바리공주’라는 이름이 붙은 것으로 추정된다.


꼼꼼히 읽기

「바리공주」 외에 「바리데기」, 「무조(巫祖)전설」, 「칠공주」, 「오구풀이」 등의 이름이 있고, 우리 나라 전 지역에서 전승되는 서사 무가이다. 죽은 사람의 혼령을 저승으로 천도하기 위한 굿(중부 지방의 진오기굿, 영남 지방의 오구굿, 호남 지방의 씻김굿, 관북 지방의 망묵이굿)에서 구연된다. 바리공주가 무신(巫神)이 된 사연을 노래한 것이므로 무속 신화(巫俗神話)이기도 하다. 바리공주가 태어나서부터 공을 세워 무신이 되기까지 매우 어려운 일들을 거듭 겪는데, 그 고난은 「주몽 신화」의 주몽이 겪는 것과 상통한다.

1. 바리공주가 길을 떠나 어려움에 처했을 때 누구에게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찾아보자.

  ☞ 석가세존님이 길을 떠난 바리공주를 돕는다. 바리공주는 약을 찾아 신이한 세계로 가는데, 그곳에 가는 길에 지옥과 대해를 만난다. 그러나 바리공주는 이미 그곳에 가기 전에 석가세존님이 준 라화를 흔들어 무사히 지나갈 수 있었다.


탐구 / 바리공주의 상징성

리공주는 희생(犧牲)과 구원(救援)을 상징하는 여성이다. 왕자로 태어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버림을 받았다는 점에선 희생당한 여성이지만, 부모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 보통 사람은 할 수 없는 온갖 고난을 다 겪어 냈으니 효(孝)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여성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스스로를 희생한 끝에 부모를 죽음에서 구하고 저승에서는 고통받는 영혼을 천도했다는 점에서는 구원의 여성이라고 볼 수 있다.

2. 무상신선을 만난 바리공주가 약수를 구하기 위해 헌신한 사연을 구체적으로 지적해 보자.

  ☞ 바리공주는 어버이의 병을 고치기 위해 약려수를 떠 와야 하는데, 거기서 만난 무상신선은 남성의 형체를 위하고 있어 바리공주에게 물 삼 년 길어주고, 불 삼 년 때어주고, 나무 삼 년 베어주기를 청한다. 이는 당대 여성의 가사 노동을 상징하는 것이다. 또한 무상신선의 자식 일곱을 낳아 준다. 이는 바리공주의 다산성(多産性)을 상징하며 여성의 출산이 힘든 노동이었다는 것을 짐작케 하는 형상화이다. 그러나 나중에는 무상신선이 자기를 떠나려는 바리공주를 따라감으로써, 바리공주는 서사 전개에서 무상신선과의 관계가 역전되어 주도적인 위치에 서게 된다.


3. 무상신선과 부부의 인연을 맺어 살고 있을 때, 바리공주가 지성으로 부모를 염려하고 있음을 상징하는 사건을 찾아보자.

  ☞ 은바리가 깨어져 보이고 은수저가 부러져 보이는 꿈을 꾼 것

시야 넓히기


탐구 / 한국 문학에서 ‘여성의 수난과 그 극복’ 모티프의 전통

여성이 고난을 겪고 무엇인가를 이루었다는 이야기는 「단군 신화」의 웅녀와 「주몽 신화」의 유화의 사연에서 이미 나타난다. 또 아버지로부터 쫓겨난 딸이나 공주가 나중에 부모에게 좋은 일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는 「온달」, 「서동」, 「숯 굽는 총각」 등에서 볼 수 있으며, 부모를 위해 희생하는 이야기는 「효녀 지은」과 「심청전」에서도 볼 수 있다. 이처럼 「바리공주」의 이야기 유형은 다른 서사 문학에서도 두루 확인할 수 있다.

1. 부모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여성의 이야기는 근대 문학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광수의 「무정」에 그려진 박영채의 사연을 이러한 관점에서 정리해 보자.

  ☞ 「무정」의 박영채는 구시대 여성의 전형으로 독립운동가인 박 진사의 딸이다. 부친의 개화운동이 실패하여 집안이 몰락하자 기생이 되어 돈을 번 뒤 감옥에 갇힌 아버지를 구하려 하나 오히려 배 학감으로 형상화된 세계의 횡포에 희생당하여 자신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어린 시절 정혼한 바 있었던 주인공 이형식과도 결합할 수 없는 불우한 처지에 빠진다. 박영채는 이후 자각적으로 고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김병욱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여인상에 의해 구원받는데, 이 점은 여성 수난과 극복의 전통이라는 한국 문학 고유의 모티프에서 다소 이탈한 것이며, 전통적인 가치를 통한 여성의 수난이 더 이상 구원할 수 없을 만큼 근대 세계가 타락했음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2. 이 작품의 의미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해석이 있다. 이 해석이 타당한지 작품의 내용에 비추어 토의해 보자.

여성이 자신에게 불리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희생을 통해 공동체 구성원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온다는 이야기를 통해 여성을 무시하는 관습과 제도를 비판했다.

  ☞ 제시된 해석은 「바리공주」를 무시당하던 여성의 가치를 드높인 것으로 본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위의 주장은 자칫하면 여성이 반드시 희생해야만 가치가 있다는 주장이 될 수 있어 오해의 가능성이 있다. 여성은 그러한 희생을 해야만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본래부터 남성과 동등한 가치를 지닌 존재이지만, 여성관이 이렇게 전환되기까지는 시대적인 진통이 필요했다. 또한 이 작품이 여성 영웅을 다루고 있다는 점 때문에 남성 위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을 수 있지만, 이는 지나치게 반영론적인 관점으로서 굳이 취해야 할 필요가 없다.


표현하기

한국을 여행하는 외국인을 위한 한국 문화 탐방 프로그램의 하나로 「바리공주」가 구연되는 굿이 들어간다고 하자. 프로그램 안내 책자에 들어갈 「바리공주」를 소개하는 짤막한 글을 자유롭게 작성하되, 다음 두 사항은 반드시 포함하도록 하자.

․「바리공주」의 간단한 줄거리.

  ☞ 한 임금님이 아들을 원했는데 계속 딸을 낳았고, 일곱 번째 자식마저 딸이 되자 화가 나서 이 일곱째 딸아이를 버린다. 임금의 딸이므로 공주이지만 버려졌다고 해서 ‘바리공주’라고 한다. 바리공주는 버려졌지만 비리공덕할미와 할아비라는 비현실적 존재에 의해 구원되고, 아버지 임금님이 자기를 버린 죄로 병에 걸리자 무서운 고행길을 마다하지 않고 약을 구해 온다. 반면 다른 여섯 딸은 아버님이 아파도 모른 체했다.


․희생과 구원의 이미지가 현대 사회에 주는 교훈.

  ☞ 「바리공주」는 한국의 토속 신앙인 무속에서 불려졌던 노래로 된 이야기이다. 문학 갈래상 서사무가이고, 내용상으로는 무속신화이다.

바리공주가 딸이라고 버린다는 행위는, 한국의 전통사회에서는 아들을 낳아 대를 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실제로 일어나지는 않았더라도 여러 사람에게 있음직한 일이라는 느낌을 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바리공주는 부모에게 버림받고도 앙심을 품지 않고 부모를 위해 헌신하는 희생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이는 마치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에서 셋째 딸 코딜리어가 아버지 리어왕에게 버림받고도 나중에 곤경에 처한 리어왕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과 같은 애절한 모티프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바리공주는 한국 사람들의 남아선호사상을 꼬집은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또한 바리공주가 자신의 희생적인 행위를 통해서 아버지를 구한다는 것은, 현대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늘날 현대사회는 상품 생산을 통한 교환 경제로 세계화되어 있어 오직 물질의 추구가 지상의 가치로 인정받고 있다. 그 때문에 각종 분쟁이 끊이지 않고 생태계는 파괴되며 정신적 가치에 대한 고려는 점점 줄어들어 세계 전체가 인문적 정신을 잃고 삭막해져 가고 있다. 이러한 때에 바리공주의 고난과 그것에 굴하지 않는 희생정신, 그리고 그것이 가져오는 영광스러운 결과를 생각하면 우리의 삶에서 진지하게 생각해 볼 점이 많을 것이다. 서구인들이 이 작품을 감상한다면 이 세상을 구하기 위해 아무런 죄 없이 목숨을 내어 던진 예수의 삶을 떠올릴 수도 있지 않을까?

 

@@@ 참고 학습 : <영웅의 일생> 구조로 내용 이해하기

① 고귀한 혈통을 지닌 인물 : 어느 왕국의 국왕의 일곱째 아기로 태어남.

② 비정상적 잉태 혹은 출생 : 부모가 신에게 치성을 드려 왕자를 낳게 해달라고

    했지만 공주로 태어남.
      ③ 범인(凡人)과 다른 탁월한 능력 :  어린 시절에는 나타나 있지 않음.
      ④ 어려서 기아(棄兒)가 되어 죽을 고비에 이름 : 옥함에 넣어 강물에 띄워 버림.

⑤ 구출, 양육자를 만나서 죽을 고비에서 벗어남 : 석가세존의 지시를 받은 비리

    공덕할아비와 비리공덕할미에게 구출되어 양육됨.
      자라서 다시 위기에 부딪힘 : 홀로 약수를 구하러 길을 떠나 무상신선을 만나

   '물 삼 년 길어주고, 불 삼 년 때어 주고, 나무 삼 년 비어 주고, 일곱 아들을 낳

   아' 주게 됨.
      ⑦ 위기를 투쟁으로 극복해 승리자가 됨 : 모든 요구를 들어주고 '약려수'와 '살

   살이 뼈살이' 나무를 얻어 돌아와 죽은 부모를 살리고, 무신으로 좌정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