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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가로수 | 김광규

 

머리는 이미 오래전에 잘렸다

전깃줄에 닿지 않도록

올해는 팔다리까지 잘려

봄바람 불어도 움직일 수 없고

토르소처럼 몸통만 남아

숨막히게 답답하다

라일락 향기 짙어지면 지금도

그날의 기억 되살아나는데

늘어진 가지들 모두 잘린 채

줄지어 늘어서 있는

길가의 수양버들

새잎조차 피어날 수 없어

안타깝게 몸부림치다가

울음조차 터뜨릴 수 없어

몸통으로 잎이 돋는다

 

4월의 역사적인 사건은 아마도 4.19의거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4.19의거를 지켜봤을 수도 있는 가로수가 몸통만 남아 있다. 더 이상 클 수가 없다. 위로 자랄 수 없는 가로수는 몸통으로 운다. 거기로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대 산업 사회의 비인간성, 인간의 비정함, 혹은 무성했던 그날의 함성이 다 사라지고 잘려진 나무에서 화자는 자신을 발견했는지도 모른다.

라일락 향기 짙어지는 봄날이면 그날의 기억이 되살아나는데도 말이다. 안타깝게 울음조차 터뜨릴 수 없어 마지막 몸부림을 하는, 그 흔적을 찾는 가로수는 이 시대를 사는 지식인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김광규 :194117일 서울 종로구 통인동에서 태어났다. 6·25전쟁 때 피난을 갔다가 1954년 서울로 돌아와 서울중학교와 서울고등학교에서 공부하였다. ·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국어 교사로 재직 중이던 시인 조병화와 소설가 김광식에게 배웠다. 1960년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에 입학하였고 4·19혁명 때 학생 시위대에 참가하였다.

이후 서울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독일의 뮌헨대학교에서 유학하였으며, 1983년에 서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41980년 부산대학교 전임강사·조교수를 지냈고, 1980년부터 한양대학교 독문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1975문학과 지성여름호에 유무〉 〈영산〉 〈부산〉 〈시론4편의 시를 발표하여 문단에 데뷔하였고, 1979년 첫 시집 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을 출간하였다. 1981년 시선집 반달곰에게로 제5회 오늘의 작가상, 1984아니다 그렇지 않다로 제4회 김수영문학상, 1994년 시집 아니리로 제4회 편운문학상을 수상하였다.

김광규는 시인이자 독문학자로서 독일문학 작품의 번역 등에도 힘쓰며 독일과 한국의 문학 교류에 많은 기여를 하였다. 브레히트 시집 살아남은 자의 슬픔, 귄터 아이히 시집 햇빛 속에서, 하이네 시집 로렐라이등을 번역·출간하였고, 1993'독일문학의 주간' 행사를 주관한 이후 한·독 문학 교류 행사를 매년 갖기도 하였다. 또 독일과 오스트리아·스위스 등지에서 열린 '한국 작가 작품 낭독회' 등에 여러 차례 참가하였으며 1999년에는 독역시집 Die Tiefe der Muschel을 출간하였다.

그밖의 주요 작품에 시집 크낙산의 마음(1986), 좀팽이처럼(1988), 물길(1994), 가진 것 하나도 없지만(1998), 시선집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1988), 산문집 육성과 가성(1996)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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