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9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프랑스 철학자 파스칼의 팡세에 나오는 말.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

  이 시를 읽을 때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런데 시인은 차라리 밑둥 잘리고 고통에게로 가자. 누군가를 나를 고통스럽게 하기 전에 그 고통에게로 가자고 한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라는 흔한 말과는 조금 다르다.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고 한다.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고 그 아래서는 살맞대고 가자고 한다.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그럼에도 차라리 그게 낫다는 생각이 든다. 시에 대한 해석이 아니라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세상은 개울도 있고 등불도 켜지듯 그렇게 있다. 가자라는 처연하다. 와라 고통이여로 읽힌다. 와라 고통아. 어디라도 해가 지더라도 가자. 그리고 향한 곳은 뿌리 깊은 벌판이다. 이곳에 서면 밑둥 잘려도 새순이 돋는다. 영원한 슬픔은 없다. 캄캄한 밤, 같은 상황에 어느 누가 내 손을 잡을 줄 것이라는 믿음. 믿음은 사람을 살게 한다. 마주 잡을 손 하나 오고...

 

상한 영혼을 위하여

                             - 고정희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 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 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 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오늘의 생각 하나

오늘을 시작하며 혹은 마치며

  1. No Image 20Mar
    by 홍반장
    2015/03/20 by 홍반장
    Views 192 

    시에서 위로를 얻다(고정희 상한 영혼을 위하여)

  2. No Image 17Mar
    by 홍반장
    2015/03/17 by 홍반장
    Views 117 

    영수증을 모으다

  3. No Image 17Mar
    by 홍반장
    2015/03/17 by 홍반장
    Views 99 

    보이게 된다

  4. No Image 16Mar
    by 홍반장
    2015/03/16 by 홍반장
    Views 93 

    모든 것을 막고

  5. No Image 13Mar
    by 홍반장
    2015/03/13 by 홍반장
    Views 102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는 것이 아니라 그래서 사는 것

  6. No Image 10Mar
    by 홍반장
    2015/03/10 by 홍반장
    Views 98 

    그분

  7. No Image 09Mar
    by 홍반장
    2015/03/09 by 홍반장
    Views 91 

    활자

  8. No Image 07Mar
    by 홍반장
    2015/03/07 by 홍반장
    Views 121 

    치매에 걸려 죽은 나무

  9. No Image 06Mar
    by 홍반장
    2015/03/06 by 홍반장
    Views 95 

    지문

  10. No Image 04Mar
    by 홍반장
    2015/03/04 by 홍반장
    Views 76 

  11. No Image 02Mar
    by 홍반장
    2015/03/02 by 홍반장
    Views 76 

    일3

  12. No Image 27Feb
    by 홍반장
    2015/02/27 by 홍반장
    Views 124 

    근무하는 날

  13. No Image 26Feb
    by 홍반장
    2015/02/26 by 홍반장
    Views 107 

    라면 같은 하루

  14. No Image 23Feb
    by 홍반장
    2015/02/23 by 홍반장
    Views 327 

    눈이 빨간 날

  15. No Image 22Feb
    by 홍반장
    2015/02/22 by 홍반장
    Views 103 

    삶에 대한 위로

Board Pagination Prev 1 ...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Next
/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