짓다(모임)
2025.07.15 13:01

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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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버지는 그날 

 

죽었어야 했다.

 

푹 절여진 걸음걸이

 

비릿한 눈동자에도

 

끈적이는 장판의 질척임과

 

덜컹이는 부엌문의 덜컹임에도

 

단호함으로 굴하지 않았으니

 

죽었어야 했다

 

 

 

몽둥이 같은 식칼과

 

사흘은 탈 살점

 

어린 아들의 무능력과

 

믿음을 남기지 않을 기도 때문에

 

죽지 못했다

 

 

 

그 해 여름은 멀어져 갔지만

 

다가올 여름이 있기에

 

가을과 겨울, 다가올 봄이 있기에

 

새로이 열매 맺는 열망으로

 

죽음을 원했고 죽기를 바랐다

 

 

 

나의 아들아

 

죽음으로의 우리 여정에

 

내가 앞장 설 테니

 

눈물을 흘리어라

 

원망으로 절망을 가리어라

 

새로이 흘러 넘치는 열망으로

 

부디 죽기를 바라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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